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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못버틴다” 기업매각 급증/부도전 튼튼한 회사에 넘겨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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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못버틴다” 기업매각 급증/부도전 튼튼한 회사에 넘겨주기

입력
1996.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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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월 10∼15건 작년 두배로 늘어/내년 M&A요건 강화 미리팔기도기업매물이 쏟아져 나온다. 최근 불황이 지속되면서 경영환경이 더 악화하기 전에 회사를 매각하려는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들어 M&A(기업인수·합병)중개전문회사 증권회사 종합금융사 은행 등 관련기관에 나오는 기업매물은 월 10∼15건으로 지난해 하반기의 월 5∼7건에 비해 두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매물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지만 상장된 중견기업도 20∼30%에 이르고 있다.

최근 속출하는 기업매물은 경영인들이 당분간 지속될 불황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부도가 나기 전에 다른 기업에 넘기려는 경우가 주류를 이룬다.

금속가공 및 건자재 생산업체인 L사는 종업원 60여명에 연매출 100억원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이미 수주받은 물량만 해도 내년에 매출 150억원을 내다보는 회사. 그러나 이회사 김모사장(48)은 불황으로 자금난이 심화하자 기업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김사장은 『10여년간 가족보다 더 애착을 갖고 키워온 회사지만 내년 중반까지 버텨낼 자신이 없다. 차라리 자금력이 튼튼한 중견기업에 넘기는 것이 회사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료업체인 U사는 지난해 150억원 매출에 5억원의 순이익을 내는등 음료업계에서 비교적 튼튼한 중소기업으로 꼽혀왔지만 앞으로 거세질 불황 여파를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 매물로 내놓았다.

사업전망은 있지만 2세가 경영을 기피, 불황이 닥친 김에 기업매각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창립 40년을 넘긴 T사는 연간 600억원의 매출을 내는 중견 섬유회사로 해외에 5곳의 생산기지까지 두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창업자가 70세가 넘었지만 2세가 경영을 꺼려 아예 다른 기업에 회사를 넘기기로 했다.

최근 M&A시장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상장된 중견기업의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내년초부터 소액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증권거래법상의 기업M&A요건을 강화키로 하자 그동안 기업매각을 검토해온 상장회사의 경영자들이 경영권프리미엄을 보다 많이 받기 위해 연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유나이티드M&A의 김태형 사장(38)은 『종전에는 기업주(대주주)가 비밀리에 거액의 경영권프리미엄을 받고 제3자에게 주식을 모두 양도했으나 새 증권거래법은 기업주가 독차지했던 경영권프리미엄 가운데 상당액이 소액투자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했다』며 『불황여파에다 이같은 제도변화로 상장기업들의 매물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박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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