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버금 광범위 심리 예고/검·변 신청증인 예외없이 채택/「광주시위 진압책임」 쟁점 부상/공동증인 최 전 대통령 증언여부 다시 관심사7일 열린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첫공판에서 재판부가 최규하 전 대통령 등 33명을 증인으로 채택함에 따라 항소심 재판의 윤곽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 33명을 모두 채택, 41명의 증인이 법정에 섰던 1심에 버금가는 광범위한 심리를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검찰과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들은 모두 5·18사건에 집중돼 있어 광주시위 진압의 책임소재 규명이 항소심 재판의 최대쟁점으로 부각됐다.
검찰이 신청한 증인은 최 전 대통령과 한용원 보안사 정보처장 등 14명. 대부분증인들이 5·18사건과 관련해 내란목적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황영시 정호용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과 1심재판부가 내란목적 살인죄의 적용기준으로 삼은 것은 사실상 자위권 발동이 결정된 80년 5월21일과 23일 육본회의에 황피고인 등이 참석했는지 여부다. 1심 당시 검찰은 이들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피고인 등이 참석사실을 부인했고 육본일지에 기록된 회의참석자 명단에 빠져있는 사실 등이 확인돼 「증거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따라서 검찰은 자위권발동 회의를 지켜본 당시 김재명 육본작전참모부장, 나동원 계엄사 참모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다.
또 12·12사건과 관련 무죄가 선고된 박준병 전 20사단장의 유죄를 입증하기위해 20사단 장악을 시도했던 윤성민 전 육참차장과 노충현 20사단 참모장을 법정에 세워 20사단이 출동하지는 않았지만 박씨의 신군부 합류로 육본측이 입었던 피해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한편 변호인단은 1심 당시 집단사퇴로 증인 신문을 하지 못했던 정승화 장태완 윤성민씨 등을 다시 증인으로 신청했다. 1심 당시 무산됐던 신군부와 육본측의 「16년만의 법정공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중에는 권정달 전 보안사 정보처장과 정도영 전 보안사 보안처장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권씨는 보안사의 핵심참모였지만 검찰수사에 협조, 1심 재판에서 시국수습방안에 대해 증언하는 등 전씨측에 불리한 진술로 일관했다. 정씨는 자위권발동과 관련된 메모지를 육본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전피고인의 내란목적 살인죄 성립여부에 결정적 열쇠를 쥔 인물. 변호인단은 정씨가 메모지를 전달한 사실이 없고 전 보안사령관과도 무관하다는 진술을 해 준다면 전씨가 안고 있는 5·18의 「멍에」를 벗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항소심의 최대 관심은 역시 최 전 대통령의 법정증언 여부. 검찰은 증인목록의 첫머리에 최 전 대통령을 올려 놓았고 변호인단도 핵심증인으로 신청했다. 양측 모두 최 전 대통령에게 「동상이몽」의 기대를 하고 있지만 최 전 대통령이 증언대에 설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재판부는 『증인들의 소환을 집달관을 통해 직접 알리겠지만 출석여부는 검찰과 변호인단에 일임한다』고 못박았다. 마치 최 전 대통령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구인장발부 등의 부담을 법원이 지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이다.<이태희 기자>이태희>
◎항소심 첫 공판 스케치/호명 생략 16명 피고인 차례로 입정시켜/웃음띠며 입정 전씨,얼굴에 부기 거동 둔해/노씨,전씨와 수인사 수척한 모습에 굳은 표정/방청권 80장중 10여장 남아 줄어든 관심 반영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첫 공판은 상오 9시55분 재판부가 입정하면서 시작.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입정순서가 적힌 서류를 법정직원에 넘겨 호명을 생략하고 피고인 16명을 차례로 입정시켰다.
전두환 피고인은 웃음띤 얼굴로 법정에 들어선 뒤 재판부에 가벼운 목례를 했으나 방청석은 쳐다보지 않았다. 최근 걸린 감기로 얼굴에 부기가 가시지 않은 전피고인은 엷은 하늘색 수의안에 흰색 내의를 받쳐입어 평소보다 거동이 둔해보였다. 노태우 피고인은 재판부와 방청석에 목례하고 전피고인과도 수인사를 나눴으나 신장결석을 앓고있기 때문인지 수척한 모습에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권성 부장판사가 항소이유를 낭독하고 피고인들에게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고지하는 순간 방청석에 있던 60대 할머니가 『하나마나한 소리 그만두고 내자식 내놔라』며 소리치자 주위의 5·18단체회원도 울음을 터뜨리고 고함을 질러 법정이 한때 소란. 권부장판사는 법정안이 정리되자 『미리 증거신청을 받고 새로운 증거나 1심심리내용과 상이한 부분이 밝혀지면 이를 먼저 심리하고 피고인별 심리는 재판 후반부로 미룬다』고 설명. 이어 검찰과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 33명을 받아들인뒤 『사건순서와는 반대로 5·18관련 증인들의 증언을 먼저 듣고 5·17과 12·12를 심리하겠다』고 밝혀 항소심의 주요쟁점이 5·18부분에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공판에는 검찰측에서 항소심 팀장인 김각영 서울고검검사를 비롯, 김상희·김성호 서울지검부장검사, 문영호 대검중수부1과장 등 9명이, 변호인측에선 전상석·이양우·석진강·한영석 변호사 등 17명이 참석했다. 방청석에는 광주에서 올라온 5·18유족들과 이원홍 전 문공부장관, 전·노씨측의 민정기·박영훈 비서관 등이 참석했고 수서사건으로 구속됐던 장병조 전 비서관도 보여 눈길. 이양우 변호사는 『재판부가 증인신청을 모두 수용해 만족한다』며 『전원무죄를 목표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고법 정문앞에는 비교적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오 6시께부터 진을 친 10여대의 방송차량과 50여명의 취재진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재판 2∼3일 전부터 법원 정문앞에 줄을 서서 방청권을 받으려던 1심 재판때와는 달리 80장의 방청권중 10여장이 남아돌아 국민들의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실감케했다. 법정주변에는 3백50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광주유가족회 등의 시위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한산한 모습.
○…주영복 이희성 박종규 신윤희 피고인 등 불구속피고인과 박준병 피고인 등 5명은 모두 2층 검색대를 통해 417호 법정에 들어섰다. 1심에서 유일하게 무죄가 선고된 박준병 피고인은 『무죄를 선고한 1심재판부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항소심 재판부도 진실을 규명하는데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사진기자들에게 미소짓는 여유를 보였다.<이태규·이영태 기자>이태규·이영태>
◎항소심 전망과 양측 전략/재판부 “5·18부터 규명” 강한 의지/“자위권 발동 불가피 상황” 입증에 주력변호인/내란목적살인 무죄피고인 집중 공략검찰
7일 열린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첫 공판은 광주발포 책임자등 5·18의 사실관계규명과 내란목적살인죄의 성립여부가 재판과정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것임을 예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권성 부장판사)가 검찰과 변호인측증인들을 모두 채택하면서 제시한 증인 신문일정은 정확히 1심재판의 역순이다. 12·12사건, 5·17비상계엄확대조치, 5·18사건 등 전두환 피고인의 집권과정을 순차적으로 심리해 온 1심재판 진행방식을 따르지 않고 곧바로 1심의 미규명 쟁점부터 심리하겠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에 ▲내란목적 살인죄와 내란죄의 경합관계 ▲충정작전의 구체적 수립경위 및 변동사항 등 5·18사건의 사실관계와 법리상 핵심쟁점을 석명하라고 지시하는 등 5·18의 실체적 진실규명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재판부는 또 1심재판전부터 검찰과 변호인측과 사전협의를 거쳐 양측의 최대 공약수인 ▲신군부의 유혈진압과 관련된 내란목적살인 여부 ▲지휘권 이원화 ▲자위권보유천명문제 등을 우선 심리사안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변호인측은 앞으로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전두환 피고인 등 보안사가 개입하지 않았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해 내란목적살인죄 부분이 무죄임을 밝히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도영 전 보안사보안처장, 김재명 전 육본작전참모부장, 최예섭 전 보안사기획처장 등의 증인신문을 통해 당시 광주시위가 무기고를 탈취하는 등 상황이 극도로 악화해 자위권발동이 불가피했음을 증명하겠다는 것이 변호인측의 전략이다
이양우 변호사는 이와 관련, 『5·18부분은 전면적으로 다시 재판해야한다. 특히 1심판결중 자위권 발동을 사실상의 발포명령으로 본 것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 만큼 무죄를 받은 박준병 피고인과 내란목적살인혐의가 무죄선고된 황영시, 정호용 피고인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선정, 유죄를 끌어내는데 진력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특히 황 정피고인이 자위권 발동을 결정한 회의에 참석하고 계엄사의 정식지휘계통을 따르지 않은 채 특전사를 직접 지휘하는 등 광주 유혈진압을 사실상 지휘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추가증거를 제시할 방침이다.
12·12사건 등에서는 대통령의 사전재가 여부나 정승화 전 육참총장연행의 정당성 등을 두고 양측의 공방이 또 한차례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이나 변호인측 모두 12·12보다는 5·18부분에 주력한다는 계획이어서 사실관계규명보다는 역사성을 의식한 「정당성」공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김승일 기자>김승일>
◎항소심 재판 일정/주 2회 신속진행 연내 선고 전망/비자금 경우 1회 공판으로 끝날수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은 올해를 넘기지 않고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담당재판부가 7일의 항소심 첫 공판을 불과 1시간20분만에 끝낸 것도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항소심의 경우 피고인의 신문 또는 진술이 1심과 중복되는 경우 재판장은 이를 제한할 수 있다. 또 담당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도 항소심은 「서류주의」인 점을 감안, 1심의 내용중에서 이론이 없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쟁점부분만 심리하겠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다. 항소심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재판부의 의중은 재판부가 검찰·변호인단과 두번의 사전조정회의를 거쳐 오는 14일 열릴 2차공판부터 5차공판까지 주2회 재판에 합의한 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법원관계자들은 이같은 재판부의 신속한 재판진행 방침과 33명의 증인 숫자로 미뤄 14∼15회 공판을 거쳐 11월말 결심공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3주정도의 판결문 작성기간을 감안해도 크리스마스 이전에는 선고가 가능하다. 차규헌(12월25일), 이학봉·황영시(12월26일), 최세창(12월27일) 등 피고인들의 구속만료가 이 시기에 집중돼 있는 점도 감안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판부는 두 전직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공판의 경우 노씨 사건을 10일 상오에, 전씨 사건은 하오에 각각 열고 2차공판 일정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혀 1심공판으로 끝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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