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서 제기된 문제에 눈돌릴 차례2일부터 6일까지 100여명의 해외동포문인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한민족 문학인대회」는 문민정부의 출범과 사회주의국가의 격변으로 요약될 수 있는 국내외 정세의 변모가 낳은 대회로서 전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동포문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 대화의 마당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였다. 5일동안 진행된 대회에서 동포문인들의 만남과 대화의 시간은 많이 배정되고 심포지엄에는 하루만 배정된 점이 이를 잘 보여줄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대회는 애초에 심도있는 학술적 혹은 문학적 토론을 겨냥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목표는 충분히 달성되었다 하겠다. 이런 만남과 대화의 자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런 자리를 통해 문학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교환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우리 문학의 세계무대로의 진출과 분단상황의 극복에 도움이 되는 지혜도 나올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역사상으로도 매우 보기 드문」 대회에서 문학인들이 소박한 만남과 잡다한 대화에만 열중한다면 그 본분에 충실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 속의 한국문학과 문학인」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3일)은 이런 본분에 충실하려는 뜻에서 기획된, 이 대회의 핵심행사라 하겠다. 6명이 발표자로 나선 심포지엄에서 국내에서는 이호철이 재외동포문학과 남북통일의 연관성에 관해, 김영무는 해외동포문학의 가능성에 관해 발표하고, 국외에서는 이회성 한춘 고원 리진이 각각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속의 한국문학과 문학인에 관해, 즉 해외동포문학의 정체성에 관해 발표하였다. 이렇게 이들은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해외동포문학을 집중 검토함으로써 이 분야에 대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관심을 촉구하였다는 점에서 선구적인 작업을 하였다 하겠다. 그리하여 이들은 자칫하면 홍보성 대회나 전시성 대회로 전락할뻔 하였던 대회에 내실을 부여하면서 이 대회의 성패를 평가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심포지엄은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남겼다. 심포지엄의 주제를 살리는 데는 우선 해외동포문학에 대한 상세한 정리와 객관적 평가가 필수적인데 이 점이 무시되었다. 또 발표자들이 적은 시간과 넓은 주제, 진지한 토론이 어려운 대회의 성격을 크게 의식한 탓인지 전반적으로 문제제기적인 내용을 발표하는 것으로 일관하였다. 이는 발표자들의 역량 미비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주최측의 기획능력 미흡에서 비롯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이제 우리는 이 심포지엄이 제기한 문제들을 깊이있게 추스르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문학인들과 학자들과 출판인들은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이다.<김태현 문학평론가·순천향대 교수>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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