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복도서 부딪쳐도 인사는 커녕 안비켜줘…”/문 열면 먼저 들어가고 주차증도 훔쳐가/인성교육 않는 부모·교수들 직무유기서울대의 한 노교수가 34년간의 교수봉직생활을 회고하며 요즘 대학생들의 무너진 예절과 인성, 황폐한 대학문화를 질타하는 장문의 글을 학보에 게재, 잔잔한 파문이 일고있다.
서울대 경제학과의 임종철 교수(63)는 7일자 학보 「대학신문」에 「학기 첫시간에 잔소리가 하나 더 늘게 된 이유」라는 글을 기고했다.
임교수는 이 글에서 『복도에서 부딪쳐도 인사는 커녕 비켜주지 않고 버티는 학생들과 시시비비를 따지는 게 두려워 의도적으로 길 왼편으로 비켜 걷는다』고 학생들의 무너진 예절을 한마디로 지적했다.
임교수는 또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강의가 끝나 칠판을 닦으려고 하면 지우개를 받아들고 『제가 하겠습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수업시간에 강의실 문을 열어주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요즘은 강의실이든 현관이든 문을 열면 학생들이 먼저 밀고들어오는 예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임교수는 이 외에도 ▲고개만 까딱하고 마는 형식적인 인사습관 ▲학생집회 후 널려진 쓰레기 ▲횡단보도를 막아선 플래카드 ▲교수의 주차증을 훔쳐 자기것인 양 달고 다니기 등을 꼬집었다.
임교수는 대학생들의 무례와 공동체문화 황폐화가 학생수의 증가와 전공학과의 분화에 따른 교수와 학생간의 교류 감소에도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입시위주의 교육정책과 기업 사회 가정 모두의 총체적 도덕부재에서 비롯된 병폐라고 지적했다.
또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부모세대들이 「내 자식들 만큼은…」이란 보상심리로 인성교육은 등한시함으로써 이기적인 인간군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교수는 『학생들을 꾸짖지 않고 돌아서서 넋두리만 일삼는 것도 교수로서의 직무유기』라고 동료교수들의 소극적인 인성교육도 비판했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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