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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6년만에 두번째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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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6년만에 두번째 시집 출간

입력
1996.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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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으로 풀어낸 귀향의 정서 “물씬”젊은 시인 함민복씨가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창작과 비평사간)를 냈다. 그의 시에는 가난의 서정이 담겨 있다. 넘어서기 힘든 빈부의 차이에 예민하여, 등 따습고 배 부른 이의 기름진 얼굴을 비웃을 때, 대도시의 현란한 풍속이 가진 자들의 전유물임을 냉소적으로 비꼴 때 그는 자신이 가엾은 운명의 길에 서 있음을 안다. 도시문화를 예리하게 풍자한 첫 시집 「우울씨의 일일」에 이어 6년만에 나온 이번 시집에서는 귀향의 정서가 돋보인다.

「까치가 곁가지에 집을 짓지 않듯/어머니 마음 중심에 내가 있네//땅에 떨어진 삭정이 다시 끌어올려/상처로 가슴을 짓는//저 깊은 나무의 마음/저 깊은 풍장의 뜻//새끼들 울음소리 더 잘 들으려/얼기설기 지은 에미 가슴//환한 살구꽃 속 까치집 하나/서러운 봄날」(「모」 전문)

이 시집에서는 어머니, 아버지 등 육친과 「나를 버리고 시집 간」 여자에 대한 그리움, 회한의 목소리를 담은 서정어린 시들이 눈길을 끈다.

「불현듯 추억이 나를 찾아와/기억의 길을 걸으면/고향과/어머니와/한 여자가/눈물로 만든 안경이 되네」. 그의 아름다운 추억은 고향에 붙박혀 있고, 어머니 품에 잠들어 있다. 몇몇 시에서 도시문화를 예리하게 해부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지만, 그 풍자 이면에 고향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숨어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도시를 풍자한 젊은 시인들의 시가 여럿있지만 대체로 요즘 세대의 싸구려 문화를 직설적으로 그려내거나, 그 문화처럼 잡스러운 언어로 뒤죽박죽인 시들이 흔하다.

「가난」이라는 현실을 화두로 지니고 있는 함씨는 다른 젊은 시인들과 비슷한 처지에서 새롭게 시를 써 보인다. 언제나 빼앗기고 쫓기는 자, 고통스럽게 현실을 견디어 내는 시인의 가슴에는 그 빼앗긴 자리마다 어머니를 그리는 서정이 빼곡이 들어차 있음을 이번 시집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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