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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시학회/한시 통한 인간·자연 조화 탐색(인문학시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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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시학회/한시 통한 인간·자연 조화 탐색(인문학시대:8)

입력
1996.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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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회 전국의 고찰로 「대동시선」 여행/공동주제 연구 발표회·단행본 간행도지금으로부터 17년전의 일이다. 한문학을 공부하지 아니하고서도 국문학을 한다면 이 어찌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생각한 국문학도들이 끼리끼리 뜻이 통하여 한 자리에 둘러 앉아 한시를 읽기 시작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전국 각지에서 20여명의 젊은 국문학도들이 「대동시선」이라는 한시선집을 펼쳐놓고 한시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한 지 10년만인 88년 4월30일, 이 한시강독회의 구성원들을 주축으로 한국한시학회를 결성하게 되었다. 지금도 강독회 회원들은 매월 마지막 금요일이면 1박2일 또는 2박3일 일정으로 전국의 산간 고찰을 찾아 다니면서 한시를 읽고 있으며, 이렇게 하여 「대동시선」에 수록된 한시 가운데 200여수를 독파했다. 한국한시학회는 바로 이 강독회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회원전원의 총체적 참여로 매년 1회의 공동주제 연구발표회를 개최하고 논문집 「한국한시연구」와 단행본 「한국한시작가연구」를 간행하고 있다.

요즘은 학문연구도 물량으로 무게를 평가하는 세상이 되어 학회도 덩어리가 크지 않으면 대접을 받지 못한다. 학문영역이 세분화, 전문화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학술연구지원기관에서는 거꾸로 회원의 머릿수로써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을 보면 한심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한문학은 한글문학 이전의 상고시대에서부터 한국문학사의 전시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특히 한시문학은 그 주종을 이루어온 문학양식이다. 그러나 우리 문학사의 현실은 이러한 사실이 사실로 통용되지 않았다. 신학문초기부터 한글문학이 국문학의 안방을 차지하면서 한문학은 국문학의 영역에 진입하는데에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국문학의 영토분쟁은 끝난지 오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어느 때보다 절박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정작 전통시대의 한시문학을 개발하고 이어받아야 할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이를 감당할 소양도 능력도 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문학이 국문학의 외곽지대에 버려진 기간이 너무 길었던 탓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문학을 공부하는데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한문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데 있다.

한시는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농도짙은 평소의 온축이 없이는 한시 본래의 모습을 제대로 읽어낼 수가 없다. 우리 학계의 한시연구가 아직도 소재의 해석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시와 같은 문학작품으로 유교철학인 성리설을 논하는 사람들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도 한시의 진면목을 알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한시문제를 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시는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통하여 조화미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예술의 세계다. 이를 찾아내기 위하여 한국한시학회는 지금도 꾸준히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한시를 읽고 있다.<민병수 서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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