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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근 영사 피살­러 당국 수사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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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근 영사 피살­러 당국 수사안팎

입력
1996.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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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메모」 북 개입 심증 굳혀/마약·위폐 등 북 민감사안/「증거」 없애지 않은점 의문살해된 최덕근 영사가 북한의 마약밀매와 위조지폐 관련 정보를 추적한 메모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러시아 합동수사단은 북한인 마약밀매범들을 연행조사하는 등 수사방향을 북한측 개입쪽으로 좁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은 이와 함께 현지 고려인(러시아 거주 한인) 가운데 친북 성향을 갖고 있거나 북한측과 접촉하면서 최영사 등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들과도 접촉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여러 정황으로 미뤄 북한측이 이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수사당국은 메모내용을 통해 더욱 심증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영사 피살사건이 북한측의 테러일 가능성은 최영사가 북한측 관련 정보를 취급하는 업무를 맡아왔으며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북한 벌목·건설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손도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최영사가 추적해온 북한 관련 정보들은 러시아 주재 북한 공관원들 및 박성철 국가부주석 아들의 마약밀매 혐의, 평양 소재 위조달러화 제조공장에 관한 것들이어서 북한측으로서는 지극히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미 얼마전 북한인 2명이 연해주 등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마약밀거래에 개입하다 러시아측의 함정수사에 걸린 것으로 보도된 바 있고 한 러시아 기업인이 북한측에 고물선박을 넘겨주고 받은 달러화가 위폐로 판명되는 등 북한측은 국가체면에 상당한 손상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수사단은 북한측과 마약을 거래해온 러시아 마피아가 사업보호 차원에서 최영사를 직접 또는 청부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가지 의문은 북한측이 기밀보호를 위해 최영사를 제거했다면 왜 기밀이 적힌 메모지는 가져가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이 의문이 풀리면 수사당국은 북한쪽으로 수사의 예봉을 더욱 근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블라디보스토크=이진희 특파원>

◎사건 주변표정/교민자녀 학교주변 북한인 출몰 “불안”/최 영사 유류품 수거 미흡처리 비판도

최덕근 영사 유류품에서 북한관련 첩보가 적힌 메모지가 발견되고 러시아 합동수사단이 북한인 마약밀매범 4∼5명을 연행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7일 현지 교민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 주변에 북한인들이 출몰, 교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석곤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 경찰이 사건발생 직후 현장에서 최영사의 유류품을 수거했으며 이때 14∼15장의 쪽지가 나왔으나 중요한 정보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광희 블라디보스토크 관장과 함께 현장에 입회, 중요정보 소지여부를 확인했으나 명함과 이름·전화번호 등이 적힌 메모 외에는 특이한 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교민들은 유류품 수거 당시 총영사관측이 허둥대다 열쇠 두 뭉치, 수첩과 지갑, 최씨의 증명사진만을 돌려받고 나머지 중요정보는 모두 러시아측에 넘겨주고 만 것 아니냐며 미흡한 사태처리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교민은 최영사의 신분을 고려했다면 기밀 또는 중요첩보 소지 여부를 감지, 사전에 빼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총영사는 『최영사가 중요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유류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수사당국자가 「수사상 필요하다」며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북한측은 수사방향이 자신들 쪽으로 좁혀지자 교민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 근처에 모습을 나타내 묵시적인 위협을 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상사직원은 『블라디보스토크 호텔 인근 13학교 부근에서 북한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어 겁이 났다는 말을 아이를 데리고 갔던 부인에게서 들었다』며 『교민들은 북한측이 자녀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블라디보스토크=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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