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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 많아도 “속빈 강정”(껍데기는 가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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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 많아도 “속빈 강정”(껍데기는 가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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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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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빈도 갈수록 추락/유명 이론 짜깁기 예사/학회는 친목모임 수준발표되는 논문은 많아도 인용할 만한 게 없다.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화려한 우리 학계의 실상을 알려주는 말이다. 서울대가 올해초 미국과학정보연구소(ISI)의 국가별 논문인용자료(NCI)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대학교수들이 국제적인 전문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수는 최근 15년간(80∼94년) 크게 늘었으나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인 「논문인용빈도」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한국학자의 논문은 80년 22편에서 94년 5,134편으로 233배가 넘는 비약적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다른 논문에 인용된 빈도수는 80년 논문 1편에 8.59회이던 것이 90년 0.61회, 94년 0.35회로 격감했다.

그나마 외국의 권위있는 학술지에 논문게재건수가 늘어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외국의 경우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편수는 대학교수의 연구업적을 재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연구실적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고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 공정해야 할 교수채용은 실력보다 연줄에 의해 이루어지고 학회나 연구단체를 지원하는 기준은 으레 회원수 등 물량적 평가에 의존하게 된다. 여기에 학자들의 비양심이 가세한다. 유명이론을 적당히 짜깁기한 「…개론」, 「…입문」 따위의 교과서류 논저가 양산되며 이런 책들이 어김없이 주요 연구실적에 오른다. 학술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보조받은 뒤 이미 발표한 논문을 적당히 요약, 연구결과보고서로 제출하는 경우도 많다. S학술재단의 관계자는 『시한에만 맞춰 형식적으로 제출되는 논문이 허다하다』며 『그렇다고 연구비를 반납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은 전례없이 많은 박사학위논문을 양산해내고 있지만 제대로 된 논문을 찾기란 힘들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이길상 교수(교육학)는 박사학위논문의 증가현상을 그동안 외국 학위자들에게 주어져온 특혜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 해석한다. 박사학위를 늘림으로써 자기 학교의 「헤게모니」를 확산시켜 보려는 의도라는 것. 이교수는 『최근 논문에는 이론이나 방법론의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듯한 것이 많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대학개방의 시대에 국내학위는 완전히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국가차원에서 권위있는 학술지를 육성, 여기에 게재된 논문을 채용이나 재임용 등의 자격심사, 연구비 지급 등의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술진흥재단의 학회총람에 올라 있는 전문학술지는 현재 727개. 학회 외에 대학 연구소 출판사 등이 발행하는 것까지 합치면 학술지는 2,0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숫자는 엄청나지만 해당 분야의 연구동향을 대표할만한 학술지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학회는 어떤가. 현재 1,039개(학술진흥재단 집계)에 이르는 학회의 80∼90%가 1년내내 뚜렷한 연구성과 없이 이름만 알리고 있다. 운영도 폐쇄적이다. 대학간의 벽을 넘어 공동연구를 활성화하자는 본연의 취지와 달리 상당수가 같은 학교 출신이 중심이 된 친목모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자연히 선배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되고 형식적인 발표와 의례적 토론만 되풀이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외국이론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과 종속성이 학문발전을 저해한다. 4월8일 교수신문이 창간 4주년 기념호에서 임용 5년 이내의 전국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가 국내학계의 연구주제나 방법론이 「대외의존적」이라며 이것을 「교수임용문제」와 함께 한국 대학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대구대 홍승용 교수(독문과)는 『모든 이론에는 보편성이 있으므로 외국것, 우리 것에 의도적으로 선을 긋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우리에 맞는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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