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 탈피 발상전환하라”/전체 볼줄아는 눈… 중앙과 실리의 조화 강조『정석을 버려라. 발상을 바꿔야 진보할 수 있다』 「살아 있는 기성」 오청원(우칭위엔) 9단이 침체된 일본바둑계를 향해 일갈했다. 오9단은 최근 일본 바둑전문지 주간 「고(기)」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국, 중국바둑이 급속히 강해진 원인 중 하나도 정석중독증에 덜 걸려 있어 더 쉽게 발상전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9단의 발언에는 경청해야 할 내용이 많다. 요약한다.
바둑은 「육합의 조화」이다. 육합이란 천지동서남북, 즉 우주를 뜻한다. 우주의 조화가 모든 것의 근본이듯 바둑 역시 위(상)와 아래(하), 즉 중앙과 실리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지금까지 기사들은 눈에 보이는 「아래」의 땅(집)만 중시, 땅을 차곡차곡 모아서 들이 되고 산이 되는 바둑을 두어왔다. 이는 물론 「위」는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바둑은 이제까지의 바둑이 찾아내지 못했던 「위」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몇년전 고바야시 고이치(소림광일) 9단에게 『자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진정한 명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기사들이 「위」를 보지 않으려 한다.
「위」를 보려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소목에서 날일자 굳힘은 가장 완벽한 착수방법이라고 생각돼 왔으나 정말 그런가. 그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물을 경우 『소목에 날일자 굳힘은 발이 좀 느리지 않는가』하고 답하겠다.
아직도 대부분의 기사들이 부분에 치우쳐 전체를 보는 눈이 어둡다. 보이는 데서만 싸운다. 과거 혼인보 슈에이(본인방수영)나 슈호(수보)는 전체를 볼 줄 알아 바둑이 밝고 빨랐다.
얼마전 조치훈이 응씨배 준결승전에서 요다 노리모토(의전기기)에게 지고 밤새 홧술을 마셨다기에 『치훈군, 자네는 힘은 매우 강하지만 너무 무리한 바둑을 두고 있다. 좀 더 강해지려면 전체적인 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충고한 적이 있다. 치훈이나 임해봉 요다 등은 모두 강하긴 하지만 일종의 정석중독증 환자들이다. 발상을 전환한다면 분명히 좀 더 강해질 것이다.<박영철 기자>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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