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비상대기·낚시꾼들 발길 줄어/“이런 상황 빈번 호들갑떨면 못살아”긴장에 싸였을 듯한 백령도는 군과 주민들이 합심해 의외의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동이 채 트지도 않은 6일 새벽5시, 서해안 최북단 인천 옹진군 백령면 남포리 항구는 멸치잡이 출어를 준비하는 어민들로 분주하다. 외지의 낚시꾼들을 맞기위해 부둣가 식당에는 여전히 해장국 냄새가 가득하다. 해안선 50㎞ 곳곳에 적함의 상륙을 막으려 박아놓은 용치가 아니라면 코앞의 북한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도 최근 며칠간은 팽팽한 긴장감을 지울 수 없었다. 북한이 보복선언을 하고 북한군의 AN―2기가 백령도 바로 앞까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백령도를 지키는 해병 흑룡부대는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백령도의 최전방 용기 완산 관측기지는 북한의 월래도와 불과 11㎞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비행기로 30여초, 배로도 10여분의 거리이다. 해병 흑룡부대 유태경 상병(22)은 『외출 외박은 물론 휴일도 없는 생활이 계속되고 있지만 관측소에만 올라오면 이 곳을 조준하고있는 월래도의 북한 포대를 향해 눈을 부릅뜨게 된다』고 말했다.
해병 흑룡부대가 며칠째 비상대기에 들어가면서 군인들을 바라보고 사는 주민들은 다소 썰렁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하루 3번씩 들어오는 배로 매일 5백명 이상 들어오던 낚시꾼들도 1백명 수준으로 줄었다. 육지에 사는 친척들의 안부전화도 잦아졌다.
그러나 이 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들은 육지 사람들과 달리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단련된 탓도 있지만 주민들도 이 곳의 해병 만큼이나 이미 훈련이 되어 있다.
북포리 주민 박용수씨(39·건축업)는 『전쟁이야 나겠습니까』라며 『그래도 전쟁이 난다면 우리 모두가 예비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령도에서만 40년을 살아왔다는 이원준씨(70·백령면 북포1리)는 『백령도에는 1년에도 몇번씩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며 『매번 전쟁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면 이 곳에서 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적진속에 잠긴듯한 고도 백령도는 해병대와 5천여 주민들이 함께 지키고 있다.<백령도=이동훈 기자>백령도=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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