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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근 영사 피살­수사에서 드러난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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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근 영사 피살­수사에서 드러난 의문점

입력
1996.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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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북 손도끼 범행」 은폐 의혹/대북관계 고려 공식발표 신중자세/현지언론선 부검의 인용 구체 적시/초동수사 미흡 범인탈출 가능성최덕근 영사 피살사건이 발생 7일째를 맞았으나 수사는 아직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 합동수사단이 수사진척 상황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일부 현지 언론 보도와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몇가지 의문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부검결과다. 수사단은 우리 정부에 통보한 예비부검 소견서에서 최영사가 원통형 쇠막대기로 8차례 뒷머리를 강타당해 머리가 부서질 정도였으며 옆구리의 찔린 상처는 늑막을 통과하지 않았다고만 간단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블라디보스토크지 5일자는 부검의와 부검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최영사가 손도끼로 추정되는 흉기의 뭉툭한 뒷부분으로 5차례, 이어 「확인살인용」으로 날카로운 앞날 부분으로 3차례 내리찍혔으며 옆구리에 난 상처 2곳은 첫번째와 두번째 갈비뼈 사이였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 신문은 특히 이 도끼가 현지 벌목장이나 건설현장에서 북한 벌목·건설노동자들이 사용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따라서 러시아측이 이처럼 구체적인 내용까지 우리측에 전해줄 경우 생길 수 있는 북한측과의 관계를 감안, 문제부분을 통보에서 제외하는 등 신중히 대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복수의 범인들은 최영사를 흉기로 8차례나 가격하는 잔인한 수법을 사용하고도 호주머니에 든 지갑과 여권, 현금 등은 그대로 두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단순강도나 개인원한에 의한 살인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단순강도를 포함, 10개 방향으로 수사를 균등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이같은 태도는 수사당국이 아직 수사방향을 좁히지 못하고 있거나 좁히고도 이를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사당국은 신고받은 지 5분 안에 경찰이 출동, 현장을 봉쇄했으며 전부터도 통상적으로 밤 10시 이후면 나홋카 등 외곽으로 통하는 도로에서 검문검색을 실시해 왔기 때문에 범인들이 블라디보스토크를 탈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현지 경찰들이 뇌물을 쥐어줄 경우 통과시켜주는 것이 관행으로 알려져 있고 더구나 현장에서 50m 떨어진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수사도 사건 발생 만 이틀이 지난 3일부터 시작돼 범인들이 현장 주변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정예수사팀이 모스크바 중앙정부에서 사건 현장인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날아오는 데도 사건 발생후부터 치면 최소 하루가 걸렸다.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초동수사 부실이 문제가 될 것 같다.<블라디보스토크=이진희 특파원>

◎수법 북 수용소 죄수처벌과 비슷/블라디보스토크지 보도

블라디보스토크지는 5일자에서 「전문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제목으로 최덕근 영사 살해에 사용된 흉기가 북한 노동자가 사용하는 손도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내용 요약이다.

『부검의들의 소견에 따르면 최영사는 도끼 뒷부분으로 추정되는 뭉툭한 물체에 뒷머리를 5차례 맞고 다시 날 부분에 3차례 내리찍혀 살해됐다. 옆구리에 3∼4㎝ 간격으로 난 직경 3∼5㎜정도의 상처 2곳은 송곳이나 굵은 바늘에 찔린 것으로 추정된다. 범행이 전문성을 띠고 있다는 것은 범인들이 최영사의 뒷머리를 친 뒤 다시 내리찍은 과정이 있었으며 이때 일정한 부분에 일정한 힘이 가해졌고 두 가지 도구에 의해 저질러진 점으로 증명된다. 연방보안국(FSB) 관계자는 범행수법이 북한 강제노동수용소에 있는 죄수들을 처벌하는 방식의 하나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바로프스크 지역 북한 벌목장에서 사회안전부 요원들이 이탈자들을 처벌할 때 사용하는 수법으로도 알려져 있다』

◎현지 이모저모/손도끼는 “만능칼”/가구 제작… 부엌칼… 면도용/공식적 휴일 불구 안가서 수사 계속/외출금지령 내린듯 중앙시장 썰렁/“북 농업대표부 폐쇄” 관련 추측 무성

최덕근 영사 피살사건이 발생 7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 합동수사단은 북한 노동자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단서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현지 교민들 사이에는 수사당국의 수사의지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합동수사단은 휴일인 5일과 6일 공식적으로는 근무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모처 안가에서 수사를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해주 검찰과 경찰은 청사 정문에서 『휴일이라 아무도 일하지 않는다』며 기자들을 돌려보냈으나 연방보안국(FSB)을 포함한 정예수사요원들은 모처에서 수사상황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사 살해에 사용된 흉기가 북한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손도끼일 가능성이 높다는 블라디보스토크지 보도와 관련, 북한 벌목장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 도끼가 현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만능칼」이라고 말했다.

북한 벌목·건설노동자들은 이 도끼를 가구 제작하는 끌로, 과일과 야채를 자르는 부억칼로, 또 이발과 면도용 칼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손도끼는 작고 비교적 가벼워 다른 연장과 같이 갖고 다닐 경우 현지 경찰로부터도 의심받지 않기 때문에 늘 곁에 둔다는 얘기다.

특히 하바로프스크 등 북한 벌목장 안팎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대부분 이 손도끼에 의한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수사 진척이 더디자 현지 교민들은 『역시 관건은 수사단의 의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사비는 커녕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 상황에서 수사단이 이런 종류의 사건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며 그래서 더더욱 우리 정부의 재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생필품 값이 싸 북한인들이 평소 자주 찾는 블라디보스토크 중심가 근처 「중앙시장」에는 6일 평소와 달리 북한인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총영사관측은 『러시아 수사당국이 북한인 차림만 보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북한당국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린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한편 일부 현지 언론이 연해주 이민국이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북부 아르촘시 주재 북한 농업대표부의 폐쇄를 중앙정부에 요청했다고 보도, 한때 최영사 피살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러시아 외무부측은 『그런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농업대표부 설치 협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17번지에 자리잡은 제일교회에는 일요일인 6일 교민 50여명이 나와 평소처럼 예배를 보았다. 윤미경 담임목사는 『교민들이 애통해하고 있으나 이런 때일수록 서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블라디보스토크=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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