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 불균형 공대여대 중심 제휴동아리 확산/“「조인트」가 모임 성공열쇠” 원래목적 뒷전으로『조인트가 아니면 무슨 재미로 모임을 하나요』
「조인트」가 신세대 대학가의 모임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모꼬지(MT)도 수학여행도 심지어 PC통신 동호회까지 「조인트」가 아니면 안된다. 조인트 여부에 모임의 성패와 신입생 유치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인트(Joint)는 「남성과 여성집단이 함께 모임을 갖는다」는 의미의 영어식 표현.
70년대 쌍쌍파티에 이어 80년대초 대학사회에서 처음 등장한 조인트 모임은 대개 같은 지역출신 남녀 고교의 대학동문회가 신입생환영회나 모꼬지를 함께하는 형태로 시작됐다. 지방출신 고등학교 동문들의 경우 조인트를 통해 대학생활의 공간을 확보하고 타향에서의 외로움도 함께 달랜다.
이러한 조인트 문화는 서울지역 동문회와 과모임, 서클, 학회등으로 급속히 확산됐고 고등학교와 PC통신에까지 번져 이제는 대학생들 모임의 당연한 전제조건이 되어 버렸다.
특히 남녀 성비가 절대적으로 불균등한 공과대학이나 여대에서는 신입생환영회에서부터 작은 모임에까지 조인트는 필수적이다. 조인트가 아니면 학생들이 아예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 지방 D고 동문회의 경우 이화여대내 D여고 동문회와 10년이상 조인트 동문회를 가지면서 아예 남자 선후배들만의 동문회는 사라져 버렸다. D고의 조인트 동문회장 김모씨(24)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순수한 남학생들만의 동문회에 사람들이 더 많이 참석했지만 이제는 여학생이 없으면 소모임도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애용하는 컴퓨터통신의 알림란에는 과단위의 수학여행이나 모꼬지를 앞두고 동행할 파트너 학과나 동문회를 찾는 공고문이 매일 10여건씩 올라오고 있다. 각과 학생회실 우편함에도 조인트를 제의하는 엽서나 편지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컴퓨터통신 동호회도 이성간의 비율을 맞춰야 한다. 조인트가 성사돼야 모임 참가율은 물론 동호회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남녀비율이 불균형적인 동호회는 부족한 숫자를 맞추기 위해 유치작전에 혈안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남녀간 조인트 지상주의」에 대해 신중함을 권고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서울대생 홍성창씨(26)는 『남녀가 함께 어울린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모임 자체의 목적이 되어버려서는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주객이 전도된 「조인트 지상주의」가 신세대들 사이에 판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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