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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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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645년 고구려 보장왕 3년 10월에 평양을 중심으로 붉은 눈(설)이 내렸다. 당시 침공해 온 당의 군사를 격퇴시켜 승전의 기쁨을 맛보던 백성들은 이 눈이 전사 병졸의 원한이란 소문에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얼마후 붉은 눈은 40만명이란 당의 대군이 장안성(현서안시)에서 출정할 때 일으킨 황토흙 먼지가 바람에 실려와 눈에 섞여 내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륙 황사의 첫발견으로 기상학의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매년 봄 대륙으로부터 너더댓 차례의 황사선물을 받고 있다. ◆80년대 이후 잦아진 산성비 역시 중국으로부터 받은 달갑잖은 선물이다. 대륙의 개혁·개방이 가져온 산업재해이자 인공재앙이나 다름없다. 탈모, 피부알레르기 등 피해가 늘면서 연구, 분석해 낸 결과는 중국측의 원인이 50%를 넘고 있다. 우리는 연간 4백억톤의 오폐수방류, 70억톤의 쓰레기, 6억톤의 산업고체폐기물 양산의 중국과 마주 보고 있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 해수오염도 가속화하는 등 중국은 우리를 계속 괴롭히고 있다. ◆중국 공해의 주범은 석탄. 연간 10억톤이란 세계 제1의 생산국을 고수하며 오는 2000년엔 14억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집진, 탈황시설은 자본과 기술부족을 이유로 늘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환경오염」쯤 별게 아니란 자세다. ◆4일부터 북경(베이징)에선 한·중 환경장관회담이 열리고 있다. 작년 말 중국측의 방한에 이은 회담이다. 이번에 주로 논의될 사항은 환경오염공동조사방안. 79년 유럽 33개국이 장거리 대기오염물질이동에 관한 협약, 91년 미국과 캐나다가 산성비원인물질감소협약을 체결했을 때 강조된 내용이 있다. 「국가간에도 오염원인제공자부담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목청이 아무리 커져도 부족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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