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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찾기(불황 이렇게 극복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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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찾기(불황 이렇게 극복했다:6)

입력
1996.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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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처방 되레 “치명상”/자사 취약점 무시한채 출혈경쟁 뛰어들다 도산까지/타사와 제휴 등 체질에 맞는 전략 선택사만 “승승장구”「너 자신을 알라」

기업은 흔히 살아있는 생명체에 비유된다. 따라서 불황은 기업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병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처방이 필요하다. 그리고 환자의 체질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듯 기업의 불황대책도 개별기업들의 상황에 따라 달라야 한다. 다른 회사가 감량으로 효과를 봤다고 무조건 직원들을 내쫓으면 오히려 호황기에 인력난을 겪는 등 뜻하지 않은 결과가 빚어지기 십상이다.

80년대와 90년대초반까지 미국의 항공사들은 최악의 불황을 겪었다. 92년 한해동안 미국 항공업계는 4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이듬해인 93년에도 10억달러를 손해봤다. 1903년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발명, 항공운수업이 시작된 이래 80년간 벌어들인 수익을 불과 10년동안 날려버린 것이다.

미국 항공업계의 이같은 불황은 78년 카터행정부의 항공산업에 대한 규제철폐뒤 항공사들간의 출혈경쟁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들의 잘못된 대응탓이었다. 당시 290개가 넘는 미국의 항공사들은 자신들의 약점과 강점을 점검하지 않은채 텍사스의 지방항공사였던 「사우스웨스트(Southwest)」라는 군소 항공사를 무분별하게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71년 텍사스주의 댈러스와 휴스턴을 오가는 군소 항공사로 출발한 「사우스웨스트」는 최악의 불황을 딛고 93년 탑승률 68.4%, 매출액 22억달러로 미국내 10대항공사에 진입한 회사다. 「사우스웨스트」의 신화적인 성공비결은 단 한가지. 영세한 규모탓에 서비스의 질보다는 운임을 최대한 낮추는 초저가 전략을 78년이전부터 도입, 다가올 출혈경쟁에 적합한 체질을 갖췄다는 점이다.

문제는 아메리칸(American) 유나이티드(United) 팬암(Panam) 등 미국내 메이저 항공사들마저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돌아보지 않고 「사우스웨스트」 베끼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당시 메이저항공사들은 고가의 장비인 비행기를 수십대이상 보유, 구조적인 고비용체질이었다. 따라서 저가전략이나 원가절감등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사우스웨스트」의 전략을 체질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대형항공사들은 유나이티드 항공이 저가전략인 「프렌드십 익스프레스(Friendship Express)」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출혈경쟁을 벌였고 결과는 최악이었다. 91년 미드웨이 이스턴 팬암등 3개 항공사가 도산했고 다른 항공사들도 주요 노선을 매각해야 했다. 78년 6.1%였던 영업이익률은 90년에 마이너스2.5%로 떨어졌다.

거대 항공사들이 무분별한 감량경영으로 실패하는 동안 자만에 빠져 몇십년만의 호기를 놓친 군소항공사도 있었다. 뉴욕주의 지방항공사였던 「피플 익스프레스(People Express)」는 「사우스웨스트」와 마찬가지로 78년이전부터 뉴와크―버팔로를 대형항공사인 「아메리칸」의 4분의 1에 불과한 23달러에 운항하는 회사였다. 출혈경쟁속에서 성장을 계속, 85년에는 매출액이 10억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피플 익스프레스」는 「사우스웨스트」와는 달리 만족하질 않았다. 부대시설없이 무리하게 노선을 확장, 비행기가 연착됐고 탑승장은 밀려드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초저가 운임도 좋지만 최소한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들이 등을 돌렸다. 급기야 85년에는 「피플 익스프레스」의 도날드 버(Donald Burr)회장의 어머니마저 경쟁사인 아메리칸항공을 이용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했다.

반면 브리티시(British Airways)항공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 치열한 가격경쟁을 않고도 승승장구한 회사다. 브리티시는 저운임 출혈경쟁으로는 불황을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호주의 콴타스(Qantas) 항공과 프랑스의 TAT항공에 25%와 49%의 지분참여를 하는 등 유명항공사들과의 제휴로 글로벌운송망을 구성, 이들과의 연계서비스로 통과승객을 확보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익성을 맞춰 94년 4억5,000만파운드(한화 5,625억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했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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