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제한 사라져 폭력·선정성 난무 우려/서구식 등급제·성인전용극장 등 곧 나올듯4일 공연윤리위원회(공륜) 사전심의와 관련된 조항(영화법 제12, 13조)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효력을 잃게 됨에 따라 영화창작에 대한 제한이 사라졌다.
헌법재판소는 또한 공륜을 민간자율기구가 아닌 국가기관으로 정의함으로써 그동안 민간기구라는 근거로 일해 왔던 공륜도 할 일이 없어졌다. 지난 6월 음반 사전심의 폐지에 이은 이번 영화심의 폐지는 창작, 수입, 유통, 수요자의 향수행태 등 영상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한일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일본영화는 예외이겠지만, 사전심의 폐지로 인해 국내외 영화가 심의를 거치지 않고 상영과 판매가 가능해졌다. 문화체육부 관계자는 『조건없는 영화상영이 허가되었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한 사후규제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많은 영화인들이 꾸준히 제기해왔던 완전등급제와 성인전용극장제 등 자율기구 마련이 시급하게 됐다. 미국 등 영화선진국에서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완전등급제는 영화의 수준에 따라 볼 수 있는 연령을 구분하는 것. 따라서 외설과 폭력등 연소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상영을 위한 전용극장의 설치가 필수적이다.
지난 4월부터 서명운동등 조직적으로 사전심의 폐지운동을 펼쳐온 한국영화연구소(이사장 임권택)의 김혜준 기획실장은 『이른 시일안에 정부와 영화계, 관련분야가 머리를 맞대고 창작의 자유를 극대화하고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등급제, 전용관 설치문제 등 제반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에 관한 사전심의조항은 위헌판결을 받은 4일부터 효력을 잃었고, 국가기관으로 규정된 공륜도 자격을 잃었다. 따라서 등급제와 전용관에 대한 법규가 마련될 때까지 파행적 영화상영이 예상된다.
영화인들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환영하면서 창작 주체로서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감독 박철수씨는 『늦긴 했지만 이제야 문화선진국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이제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양심과 사명감에 따라 스스로 책임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영화심의 철폐 주역 강헌씨/“멍에 하나 없어진 것 같아 개운”
『영화계를 짓눌렀던 무거운 멍에 하나가 없어진 것 같아 개운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죄 없는 사람이 돼서 기쁘고요』
4일 헌법재판소의 영화 사전심의에 대한 위헌판결을 이끌어낸 주인공 강헌씨(34·영화사 장산곶매 전 대표). 그는 92년 전교조 관련 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를 제작, 심의를 받지않고 상영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93년 재판을 받던중 그는 영화법의 사전심의규정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냈고 3년의 세월이 흐른 후 결국 승리했다.
『기력을 회복하려는 우리 영화계가 더욱 힘을 얻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이러한 변화의 혜택은 수용자의 이익으로 다가갈 것을 확신합니다. 물론 영화인들이 양심있는 태도로 좋아진 환경에 임해야겠지요』
대학시절(서울대 국문과)부터 영화와 음악등 대중문화에 큰 관심을 기울여온 그는 대중문화비평가로 활약하고 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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