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훈 작품 등 판매 예상 훨씬 초과/외국 미술관들 한국작가 초대 러시/현지언론도 이례적으로 집중보도한국미술이 예술의 메카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화단 진출의 호기를 마련했다.
2일 개막, 7일까지(한국시간) 파리 에펠탑 옆 브랑리 가설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23회 국제현대미술견본시장(FIAC)」은 97년 미술시장 개방을 앞둔 한국미술이 세계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한국의 해」로 지정된 올해의 행사에 걸맞게 한국작가들의 출품작 다수가 팔리고 현지 언론도 이례적으로 한국미술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세계 15개국 150여 화랑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시카고, 바젤과 함께 세계 3대 아트 페어로 꼽히는 FIAC에 15개 화랑이 전속작가 36명을 내세워 참가했는데 작품 판매실적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가나화랑의 고영훈씨는 개막 이틀만에 출품작 4점을 총 5만달러(한화 4,000여만원)에 팔았고, 비교적 고가인 서세옥씨(현대화랑)의 대작 2점도 각각 4만달러에 판매됐다. 서정태(동산방) 조덕현(국제) 김병종씨(선) 등의 작품도 국내가격과 큰 차이 없이 팔렸다.
리옹비엔날레에 출품, 이미 유럽화단에 알려진 육근병씨(국제화랑)의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눈」은 마르세유미술관과 리옹현대미술관에서 탐내고 있다. 한국의 한 화랑대표는 『당초 참가에 의의를 두었으나 현지 관심이 무척 높다』며 『다음에는 작가선정에 신중을 기하는등 체계적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외국미술관과 화랑들은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한국작가를 초대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두식씨(노화랑)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TOGT미술관의 초대를 받아 97년이나 98년께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하종현씨(샘터화랑)는 이스라엘 국립현대미술관, 룩셈부르크 비버리쉬 갤러리 등 3곳에서 전시를 요청받았다.
서정태씨는 파리 고급화랑가에 위치한 파사데화랑, 곽훈·조성묵씨(이상 표화랑)는 벨기에의 필립스 보쉬트화랑과 전시를 약속했다.
유력일간지 「르 피가로」지가 1일자에서 「파리 온 천지에 한국」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은데 이어 2일자 「리베라시옹」은 「FIAC가 다시 활기를 찾았다」는 기사를 통해 한국미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미술전문지 「아트프레스」10월호는 「있는 그대로의 한국:인삼과 은행을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14페이지에 걸쳐 한국미술계가 역량있는 작가를 중심으로 세계미술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소개했다.
한국이 이처럼 FIAC에서 큰 성과를 거둔 요인은 ▲한국적 조형미와 정서 표현에 뛰어난 중진급 작가들의 대거 참여와 생동감있는 「한국그림」 전시 ▲국제수준에서 「납득할만한」 그림가격 책정 ▲개방을 앞둔 한국미술시장에 대한 파리 화상의 관심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파리화단에 한국화단을 알릴만한 기획행사가 전혀 없었던데다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파리=최진환 기자>파리=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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