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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문학인대회 참가 재일·중 김석범·김철씨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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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문학인대회 참가 재일·중 김석범·김철씨 대담

입력
1996.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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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작품도 한국문학에 수용을”/러·중·북한 영향컸던 연변의 조선족문학 한국과 교류로 새전기/민족문제 피할 수 없는 일본의 동포작가들 작품속 독특한 힘 평가전세계 17개국에 사는 해외동포작가 100여명이 모인 96문학의 해 기념 「한민족문학인대회」가 「문학과 함께 통일로 세계로」를 주제로 2일 개막됐다. 행사의 핵심은 3일 「세계 속의 한국문학과 문학인」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 재일동포소설가 김석범씨(71)와 중국동포시인 김철씨(64)가 이 날 아침 심포지엄에 앞서 숙소인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대담을 통해 한민족문학의 위상과 과제를 점검했다.<편집자 주>

▲김석범=제주도 4·3사건을 다룬 저의 장편 「화산도」가 88년 한국에서 번역돼 나오고 그 해 민족문학작가회의 초청으로 40여년만에 처음 모국을 찾아 왔습니다. 이번은 8년만에 두 번째 방문입니다.

▲김철=저는 89년 「중국조선족작가 초청강연회」에 참가하기 위해 47년만에 한국을 방문했고 그 뒤로 대여섯 차례 다녀갔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국의 얼을 지켜가고 있는 동포작가들이 회포를 풀고 통일문학의 앞날을 설계하는 자리가 마련돼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이렇게 세계 각지의 동포작가들과 만나고 보니 새삼 해외의 문학은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이질성을 갖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국조선족 문인들은 옛 소련, 중국, 북한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연변(옌볜) 조선족문화는 문화의 「삼각주」라는 말도 합니다. 최근까지도 남한문학과는 담을 쌓았던 형편이지요. 최근 한국과 물꼬가 트이고 문학인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중국조선족 문학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김석범=중국의 조선족만 하더라도 우리 말로 창작하지만 일본은 사정이 다릅니다. 저를 비롯해 대개의 한국인작가들이 일본말로 작품을 씁니다. 장·단점이 다 있겠지만 그래서 일본문학의 영향을 받기 쉬운 형편입니다. 유미리 같은 젊은 동포작가의 경우 일본문학과 거의 차별성이 없다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사람의 문학은 일본문학과 다른 줄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굳이 민족문학이라고 부를 필요야 없겠지만 어쨌든 일본인의 감수성이나 문제의식과는 다른 문학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언어란 개별 국어의 특수성을 초월하는 보편성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각 나라의 특수한 언어를 기준으로 문학의 경향을 가를 수는 없습니다. 작가는 의사소통이라는 언어의 보편적인 힘을 통해 충분히 자신의 이념이나 세계관, 인생관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한국말의 형태나 발음을 고집하고, 그것으로 문학을 하는 것도 귀중하지만 그것 자체는 작가가 자신의 사상을 문학에 담아내는 작업과는 무관합니다. 일본말로 소설을 쓴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우리 민족의 정서나 한국인의 문제를 그려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동포문인들이 고민하는 근본적인 부분은 「일본문학을 닮느냐, 다르게 나가느냐」 「어떤 조류의 문학을 하느냐」는 것보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갈등이라는 바로 이 「말」의 문제입니다.

▲김철=중국은 헌법에서 「중국 경내 각 민족은 일률평등」이라 하고, 55개 소수민족은 자기의 문화와 습관과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꽃피우라고 권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수민족은 중국말에 동화했고 조선족을 비롯한 5개 민족만이 자기 말을 쓰고 있습니다. 연변 조선족자치주는 행정으로 보면 성보다 하위 개념인 36개 주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중국작가협회 연변분회는 성마다 하나씩 있는 중국작가협회 분회와 유일하게 동등한 자격입니다. 중국에서 조선족의 문학활동은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김석범=일본에서 발표되는 한국인의 문학작품은 독특한 힘이 있습니다. 한국,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세계문학의 조류가 이제는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개인의 내면을 파헤치거나 문학의 성취도가 떨어지는 대중소설류의 작품이 많이 나옵니다.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여, 일본에서는 『21세기가 못 되어 일본문학은 망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그 가운데서 재일한국인은 민족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문제를 다루어 힘과 뚜렷한 선을 가진 문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미리의 경우만 하더라도 사회문제를 직접 다룬 소설을 쓰지 않고 일본 젊은 세대의 문학과 비슷합니다만 작품 속에는 일본어와 한국어라는 두 언어 사이에서 갈등하는 작가의 고민이 깔려 있습니다.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일본의 동포문인들은 민족문제가 담긴 작품을 써낼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것이 일본문학에서 새롭게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재일동포 3세, 4세로 갈수록 일본문화에 동화해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철=남한과 북한은 물론 세계 각 나라의 동포문학이 한데 모여야 명실공히 한국문학이라 부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남북의 문학사 서술이나 문학전집 간행을 보면, 남과 북 내의 문학을 정리하고 소개하는데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족작가들이 남북의 대표작과 중국조선족 우수작품을 한 데 모아 선집을 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 동포작가들의 작품을 한 데 모은다는 것은 많은 노력이 드는 작업이어서 한국에서 그런 방대한 작업을 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한국정부와 문학단체, 출판계가 그런 작업에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랍니다. 또 한국 문학잡지들이 해외동포문인들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을 좀 더 넓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석범=동감입니다.

▲김철=한민족문학이 노벨문학상을 바라볼 정도로 세계에 인정받기 위해서는 역사를 다루든, 현재의 문제를 다루든 좀 더 힘있는 작품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한국 내에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약간 정체된 시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국내외 한국인문학을 모아 소개할 수 있는 「통일문학」 형태의 문예지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에서 계간지로 「통일문학」이 나오면서 남북한 문학을 고루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향성이 강한 것이 흠입니다. 한국인의 각기 불동한 이데올로기와 품격을 살려 작품을 소개하는 문학지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한민족문학인대회 이모저모/「조선」 국적 이회성씨,한국 국적 취득키로/길림성,「한민족」 명칭민감 여권발급 거부

○…2일 하오 열린 개회식에서 동포문인대표로 인사말을 하기로 돼 있던 재일소설가 이회성씨는 소설가 김석범씨와 함께 「조선」 국적이 문제가 되어 식이 끝날 무렵에야 도착. 두 사람은 일본 나리타(성전)공항에서 이 날 낮 12시30분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으나 주일 한국영사관이 「한국국적을 가지겠다」는 각서를 요구하는 바람에 지연.

이들은 하오 3시50분 출발, 하오 8시께 도착했는데 이씨는 다음 방한때 한국국적을 취득키로 약속했다는 후문.

○…첫 날 숙소인 스위스 그랜드호텔에 묵은 해외동포문인은 88명. 참가예정자는 109명이었으나 중국 길림(지린)성 당국이 「한민족」이라는 행사이름에 민감하게 반응, 여권을 내주지 않아 10여명이 불참. 조직위는 늦게 합류하겠다고 통보해온 동포문인 13명을 합치면 전체 참가문인이 100명 정도일 것으로 예상.

○…국내 문인들은 김학철(중국) 박상륭(캐나다) 마종기(미국) 양석일씨(일본) 등 이름난 동포문인들이 초대되지 않은 데 아쉬움을 표시. 또 실질적인 행사가 「세계 속의 한국문학과 문학인」 심포지엄(3일) 하나 뿐이어서 너무 빈약하다고 평하기도. 특히 4일 실시되는 땅굴 견학은 행사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시.

□약력

◆김철 연변시인

△1932년 전남 곡성 출생

△1944년 만주 이주

△중국작가협회 기관지 「민족문학」 주필, 북경코리아문화경제연구회장, 계관시인

△시집 「변강의 마음」 「산향길」, 장편서사시 「동틀 무렵」 「샛별전」 등

△83년 「샛별전」으로 전중국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제2회 해외문학상, 중국국가 특수공헌상 수상

△현재 북경 거주

◆김석범 재일작가

△1925년 일본 오사카 출생, 교토대 졸

△조총련계 신문 「조선신보」문화부장, 기관지 「문학예술」 편집장, 68년 조총련 탈퇴

△74년 계간지 「삼천리」 발행

△장편 「화산도」, 단편 「까마귀의 죽음」 「땅의 그늘」, 시사평론집 「전향과 친일파」, 기행문집 「고국행」 등

△84년 「화산도」로 아사히(조일)신문 제정 오사라기 지로(대불차랑)상 수상

△현재 사이타마(기옥)현 거주<정리=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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