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본질적 요인인 「고비용 저효율」에 대한 해결방안이 정부당국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주요 내용은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로자임금 동결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한 공공요금 현실화 억제 ▲무역수지적자 해소를 위한 국산품애용 ▲산업공동화 방지를 위한 공장해외이전 억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활동의 조정 ▲과소비를 우려한 실명제의 제한적 보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그러나 이러한 방안들은 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닐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고비용 저효율」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임금문제를 보자. 임금상승은 기본적으로 노동력의 공급부족에서 기인한다. 기업들이 경쟁력강화 차원에서 노동비용을 줄이려면 인위적으로 임금동결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노동수요를 감소시키거나 노동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러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불요불급한 근로자를 감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거나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임금정책은 노동공급을 더욱 줄여 노동력부족을 심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계화를 통한 업무자동화의 촉진을 지연시킬 수 있다. 또 저임금정책의 지속은 결국 외국인노동력을 계속 도입해야 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저임금정책이 지속될 경우 우리산업의 외국노동력 의존도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기업의 해외이전은 외국의 임금이 우리나라의 임금에 비해 엄청나게 싸거나 기타의 경제적 요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저임금정책에 의해 억제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전을 억제하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도 않다.
노동비용감소를 위해 노동공급을 늘리는 직접적인 방법은 외국인근로자의 도입과 여성근로자의 취업확대다. 그러나 외국인근로자의 도입은 국내의 노동공급부족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여성, 특히 기혼여성의 취업기회를 넓혀 내국인의 노동공급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동공급을 늘리는 간접적인 방법은 근로자의 생활비를 안정시켜 실질임금을 높여주는 것이다. 생활비 안정을 위해서는 거시정책이나 물가단속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업의 경쟁촉진이 더욱 중요하다. 각종 서비스요금의 인하는 경쟁없이 불가능하다. 독과점을 막아 경쟁을 촉진시키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을 견제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방법이 아니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입규제와 국산품애용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수입개방은 독점업체의 공급가격을 낮추도록 하는 압력이다. 또 국산품애용을 강조할 경우 근로자의 생활비를 높일 수도 있다. 수입개방을 억제하거나 국산품애용운동을 벌이는 정책이 근로자의 생활비절감 측면에서 볼때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이 때문이다.
근로자의 생활비를 높이는 원인중 하나는 중저소득층 근로자가 고소득층의 소비패턴을 따르려고 하는 분에 넘치는 소비, 즉 「미시적 과소비」에 있다.
이는 잘못된 관습과 제도의 영향이 크다. 고위직 관리나 사업가에게 국한된 일이기는 하지만 판공비로 경조비를 지출하거나 손님을 과잉접대하는게 단적인 예다. 판공비를 쓸 수 없는 근로자로서는 과소비압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과소비방지의 해결책을 엉뚱하게 실명제의 보완에서 찾을 것이 아니다. 불합리한 판공비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과다한 통근비용도 근로자의 실질임금을 낮추는 한 요인이다. 서울시의 경우 통근시 발생하는 혼잡비용은 연간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서울 근로자 월평균임금의 2.4%에 해당된다. 서울의 교통혼잡을 해결할 경우 서울 근로자의 실질임금을 2.4%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제위기의 병인을 잘못 판단하여 병의 증상만을 처리하는 식으로 근로자의 명목임금을 인위적으로 낮추거나 당장의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여 공공요금 휘발유 값 등의 가격현실화를 억제하는 것은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난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을 정부의 경제팀은 인식해야 한다.<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약력
▲서울 출신·55세 ▲서울고·서울대 법대·미 서던메소디스트대(경제학 박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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