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침투로 어수선하던 한반도의 기류는 북한이 남한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통첩해 옴으로써 갑자기 얼어 붙었다. 하루 아침에 긴장이 고조되는 위기국면을 만든 것이다. 북한은 휴전 이후 「서울 불바다발언」 등 습관적으로 협박을 해왔지만 이번 경우 모처럼 이뤄진 군사정전위 비서장급회의에서 보복을, 그것도 가까운 시일내에 보복을 공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자못 심장한 것이다.이같은 보복공언에 정부가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저들의 도발에 대비, 24시간 감시체제로 돌입한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필요할 경우 어떠한 침략도 서슴지 않는 호전적집단인 것이다.
준선전포고와 같은 보복 협박을 한 북한의 속셈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한마디로 다각적인 계산이 담겨 있는 것이다. 먼저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경제난속에 체제동요를 막기 위해 전쟁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서 특히 군부와 일부당료 등 강경파들의 득세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남한에 대해서는 무장공비사건을 희석시키고 전쟁을 싫어하는 국민들에게 공포분위기 등 불안심리와 혼란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여론을 오도하는 한편 재선을 앞두고 북한 끌어안기를 지속해온 클린턴 행정부에 위협이나 행동으로 부담을 줌으로써 새 실리를 얻으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보복이란 명목아래 갖가지 도발·테러 등의 폭거가능성이 있다. 과거 울진·삼척사건처럼 무장공비를 대거 남파하거나 휴전선 도발, 서해5도에 대한 무력 행위, 여객선과 어선납치, 고정간첩과 외국테러분자들을 사주한 중요기관 폭탄테러, 요인 저격, 해외공관 공격, 상사주재원·유학생·여행객 납치를 기도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적인 이단자로서 망동을 멋대로 자행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
보복협박에 대해 미 국무부가 성명을 통해 어떠한 도발에도 한미 양국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천명한 것은 북한의 망동을 견제하는데 크게 작용할 게 틀림없다.
한편 여야가 안보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영수회담을 열고 국회에서 제2의 대북규탄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권의 단합된 모습을 과시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부의 자세다. 대통령을 비롯, 총리와 관계장관 등의 언행은 바로 국민에게 직결된다. 따라서 정부는 상황이 긴박할 때일수록 냉정하고 의연하면서도 치밀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흥분하거나 과잉반응·과잉대응하는 것은 금물이다. 국민을 최대한 안심시키며 전군과 전경찰, 전 공무원들이 북한의 도발을 엄중경계하며 근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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