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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의도 분석/다급해진 김정일 집단/김창순(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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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의도 분석/다급해진 김정일 집단/김창순(특별기고)

입력
1996.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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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측은 2일 자신들의 요청으로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정전위 비서장 회의에서 잠수함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관련, 북한인민군은 가까운 시일안에 반드시 한국에 보복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여기에 개입하지 말라고 협박했다.평양집단의 진의는 무엇인가. 서울에서 주사파 난동이 있은지 한달을 넘지않아 강릉 앞바다로 잠수함 무장공비를 침투시켰다가 실패하고 소탕작전의 섬멸대상이 되고 말았으니 김정일집단은 더더구나 난처한 입장이 되고 말았다.

경제파탄과 식량난으로 이래가지고는 더 살 수 없다는 현실부정의 민심이 분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사실은 억지로 막을 수 없는 내재적 모순의 증대와 표출이다. 김일성 동상앞에 참배하는 배고픈 군중은 『당신이 살아 있었던들 이렇게까지는 망하지 않았을 것을, 빨리 김정일을 물러가게 하소서』라는 반김정일 감정의 분출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곧 해학적 신김일성 주의의 배태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같은 역사적 현실 앞에서 김정일은 다급해졌다. 북한사회의 내재적 모순이 증대되어 폭발의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감과 조바심이 그에게는 가장 손쉬운 국가테러리즘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지난날 김일성은 등소평(덩샤오핑) 앞에서 경제문제가 그렇게 어려운 줄은 미처 몰랐다고 실토한 일이 있거니와, 김정일은 세습적으로 물려받은 이 무거운 짐을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테러리즘에 의존하는 길에 들어섰다.

자신의 권력이 아직도 믿을 만하다는 자신을 버리게 되기 전에 국가테러리즘으로 구명의 돌파구를 찾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잠수함 무장공비 투입은 필사적인 「힘의 시험작전」이었다. 만일 이 계획이 실패하지 않고 성공했다면 김정일의 국가테러리즘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을까.

상상컨대 그들이 운반한 방사포는 어디선가 포성을 울렸을 것이고 무장공비는 준동했을 것이다. 그랬을때 우리 군대내에 잠입했을지도 모를 소위 민족해방군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또 주요도시의 친북좌익세력은 어떤 움직임을 보였을까. 만일 그것이 김정일 집단에 긍정적 평가를 받게 됐다면 김정일은 지체없이 삼삼오오로 게릴라 요원을 투입시켜 도시게릴라 작전을 시도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물론 하나의 가상도이다.

가까운 시일안에 반드시 보복을 하겠다며 미국은 여기에 관여하지 말라고 협박한 것은 우선 미국을 남북한 관계에서 중립적 입장으로 끌고가기 위한 일관된 음모의 일환이다.

북한은 핵동결을 약속하면서까지 미국에 대하여 공정한 입장인데 미국은 어찌하여 한미동맹의 절대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한국만 편들면서 북한을 적대시하는가. 그것은 탈냉전시대의 비논리적, 시대착오적 한반도정책이 아니냐고 대든다. 이것은 먼저 미국의 한반도 중립주의를 유도해내고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숙원의 대미평화협정에 의한 주한미군 철수를 쟁취하자는 것이다. 결코 친미접근이 아니라 본질상 반미정치투쟁이다.

주한유엔군사령부(UNC)정전위 비서장 옴스 대령에게 북한군의 판문점대표부 박임수대좌가 한국군 수색작전에 왜 미군헬기를 동원하느냐, 미국이 간여할 경우 미국에도 보복할 것이라고 거듭 협박했다.

이 협박은 남북한 모두 흥분하지 말자고 유화주의를 취하는 사람들, 특히 한반도에서 전쟁이 도발되지 않도록 북한에 대해 시혜적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은 우리측에 대한 강경노선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전쟁관계에 들어가는 사태는 평양집단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DMZ 이남에서 게임을 하기 위한 테러리즘의 내전화는 계속 음모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잠수함 공비사건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평양집단은 한국의 일부지역을 전쟁상태에 들어가게 했다. 수십명의 공비소탕을 위해 몇개 사단을 동원하게 했다.

상대적으로 자신들은 싸우지 않고 남측은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자위하고 있는지 모른다. 북한이 이런 상황의 발전된 투쟁형태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경계를 요한다.<북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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