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 전국망 뚫었다/카펙,울릉도 등 11곳 중계기 설치『군사보호지역에 아마추어무선용 중계기를 설치하려다 간첩으로 오인돼 곤욕을 치른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서울 관악산 등 전국 11개 지역에 햄PC통신용 디지털 중계기를 설치, 국내 처음으로 전국망을 구축한 「한국아마추어패킷연구회」(카펙·회장 최광암) 회원들은 동호인들 사이에서 「다람쥐군단」으로 불린다. 집안에 편히 앉아서 마이크를 잡고 콜사인을 호출하는 대신 수십㎏의 장비를 짊어지고 다람쥐처럼 험한 산에 올라 중계기를 설치하기 때문이다.
충북 음성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최회장(호출부호 HL3EKI)을 비롯, 서울 안성 등 전국에서 모인 베테랑급 동호인 7명이 카펙을 결성한 것은 90년 5월. 당시 국내에는 아날로그방식으로 음성통신을 하는 햄은 널리 보급돼 있었으나 컴퓨터와 무전기를 결합해 세계의 동호인들과 전자우편을 교환하거나 컴퓨터로 대화하는 햄PC통신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카펙회원들은 첫사업으로 전국 고산지대에 햄PC통신용 디지털 중계기를 세워 전국망을 구축하는 일에 착수했다. 햄PC통신은 디지털정보를 초단파(VHF)나 극초단파(UHF) 등 직진성이 강한 전파에 실어 보내기 때문에 중계기를 거쳐야 전국교신이 가능하다.
회원들은 부인 몰래 감춰둔 쌈지돈을 털어 대당 시가 300만∼500만원이나 되는 중계시스템을 구입하고 중계기 설치허가를 얻기 위해 군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을 찾아 다녔다.
기술지원을 맡고 있는 홍석표씨(HL1ABL)는 『생업을 팽개치고 다람쥐처럼 산에만 다닌다고 성화를 부리던 집사람의 바가지가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며 『91년초 충북 음성에 중계기를 처음 설치, 교신에 성공했을 때의 감격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이후 3∼4개월 간격으로 서울 관악산과 광주 무등산, 대구 팔공산 등에 중계기를 설치했으며 95년 5월 울릉도 성인봉을 끝으로 전국망을 구성했다.
카펙회원들은 디지털 중계기가 마련된 지역에 사설전자게시판(BBS)을 설치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현재 국내 13개 지역에 설치된 BBS의 대부분이 카펙회원들이 지원해 설립된 것이다. 최회장은 『회원들이 모두 아마추어여서 재원을 조달하는 데 가장 애를 먹었다』며 『앞으로 통신중계기의 고속화와 전파미도달지역 해소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홍덕기 기자>홍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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