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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해미읍성/천주교 박해의 비극 간직한채…(문화유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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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해미읍성/천주교 박해의 비극 간직한채…(문화유산을 찾아서)

입력
1996.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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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땅은 한반도를 호랑이로 비유할때 포효하는 호랑이의 발톱에 해당된다. 대청도 너머 황해도의 장산곶 마루가 앞발을 모은 형상이라면 서산 당진 태안땅이 어우러진 이곳은 뒷발에 해당되는 격이다. 지도상으로 보아도 해안선이 복잡하고 호랑이 발톱처럼 삐죽삐죽 튀어나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그러나 서산땅을 밟아본 사람이라면 날카로운 생김새와는 달리 더없이 부드럽고 포근한 땅임을 실감한다. 비산비야의 구릉지가 뭉게구름처럼 아득하게 달려 나가고 산하는 낯선 여행자라도 품어 안을 듯이 다정하다. 들판은 기름지고 해안선도 발달해 수자원 또한 무궁무진하다. 한해 농사를 지어 세해를 먹고 산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니 살기 좋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한가롭고 풍요로웠던 이 대지는 약탈자의 무리에게도 더없이 좋은 보물창고와 같았으니 난세 때마다 출몰하던 왜구들의 노략질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시절 그 침략자의 무리를 섬멸하기 위해 쌓아올린 충청도 민중들의 염원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오늘도 서산땅을 지키고 있는 해미읍성이다.

해미읍성은 우리나라 성곽중에서는 보기드물게 평지에 쌓은 석성이다. 축성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으며 고풍스런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성뒤편 북쪽은 가야산 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동·서·남 삼면은 훤히 트인 평야지대여서 성터에 올라 조망하면 가슴속까지 트일듯한 상쾌한 풍광이다.

해미읍성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성가운데 옛모습을 가장 잘 지키고 있다는 점과 구한말 천주교 박해의 비극적인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 천주교가 민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할 무렵 특히 충청도지방에서 그 열기가 높았는데 악명높은 박해의 현장이 바로 해미읍성이었다. 여러 고을중에서 군사적 요충지인 탓으로 해미읍성에만 유일하게 대규모 감옥이 있었기에 충청도 천주교도들은 모두 이곳으로 잡혀오게 되었다. 옛 감옥터에는 호야나무 한그루가 서있는데 당시 천주교도들의 머리채를 묶어 매달아 놓고 고문하던 철사줄이 그대로 박혀 있다. 천주교에서는 이 나무를 순교목으로 기념하고 있으며 해미천변 생매장터에는 순교탑을 세워 성지로 조성해 놓았다.

가는 길은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해미행 직행버스가 있다.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 천안IC를 통과해 아산 신례원 덕산을 거쳐 45번국도를 타고 가면 된다.<이형권 역사기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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