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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피살의 충격(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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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피살의 충격(사설)

입력
1996.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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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최덕근 영사가 자택 아파트계단에서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피살된 사건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수립 이후 외교관이 해외근무중 몇차례 피습당한 적은 있으나 살해된 것은 처음인데다 시기적으로도 매우 미묘한 때에 사건이 발생하여 충격이 큰 것이다. 외무부가 러시아정부에 조속한 사건규명과 함께 범인을 체포하도록 강력히 요구했고 러시아측도 「외교관의 피살」이라는 점을 중시, 국가 체면차원에서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여 수사결과가 주목된다.「동방의 지배」라는 뜻의 블라디보스토크는 극동함대의 본거지로 1938년이래 외국인의 출입을 금지해 오다가 공산체제붕괴를 계기로 91년에 개방한 바 있다. 그러나 개방 및 경제특구건설추진과 함께 한낮에도 갱·마피아간의 총격전과 절도, 그리고 마약밀매 등이 성행하는 치안불재의 범죄도시가 됐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우리 총영사관은 한·러시아 수교후 연해주 사할린 등의 10여만 교민들의 보호 등을 위해 개설됐지만 북한공작원들이 들끓고 수백명의 북한 벌목공 등 탈북자들이 방황하는 데도 사실상 무방비속에 운영됐던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바탕으로 최영사 살해의 배경은 몇가지로 추측할 수가 있다. 먼저 여권과 현금 등 일체의 소지품에 손을 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단순범행이 아니라 모종의 목적을 위한 계획적 살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둘째 개인적인 원한이라는 것도 평소 원만한 인품과 대인관계로 보아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확증은 아직 없으나 북한측의 소행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최영사가 오랫동안 북한관계 업무를 담당해 오고 러시아 사정에 밝은 전문가로서 그동안 탈북자 망명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제거를 획책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강릉무장공비 침투는 훈련이었다」고 잡아떼다가 진상이 드러나자 「천배 백배의 보복」 운운한만큼 역습을 가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끝으로 91년 한·러시아수교후 협력을 강화, 최근에는 러시아제 장갑차 부대 창설까지 발진하는 반면 소원해져 가는 북·러시아 관계에 대한 반발 행동으로도 관측할 수 있다.

어떻든 이번 사건은 정부에 대해 재외공관직원과 상사주재원, 유학생, 교민들의 안전문제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특히나 공산체제 붕괴 후 러시아와 중국이 마치 자유화·민주화된 곳으로 자칫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한 공산국가이며 또 엄청난 혼란과 과도기의 나라인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과 범인체포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외교관과 재외국민·거주민들의 안전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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