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두자릿수의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은 예상치 못했던 충격이다. 수출이 잘 안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큰 폭으로, 또 이렇게 몇달씩이나 계속해서 내리 감소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며 갈수록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9월중 수출감소율 10.4%는 85년 1월이후 11년8개월만의 최대 감소율 기록이고 내리 석달간 계속해서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93년 1월이후 3년8개월만에 처음 나오는 기록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9월중 수출이 반도체를 제외해놓고 보더라도 전년동기보다 1.3%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반도체 등 일부 전략품목뿐 아니라 수출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통산부는 1∼9월중 누계를 놓고 볼 때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증가율이 8.0%로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올해 수출증가율 8.1%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고 있고 9월중 수출이 특히 나빴던 것은 추석연휴가 길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사소하고 지엽적인 데서 원인을 찾고 있으니 근본적인 해결책을 기대하는게 무리인 것 같다.
대책에 대해서도 2백대 수출선도기업을 대상으로 한 장관의 현장방문, 차관의 대표자면담, 차관보의 업종별 간담회 개최, 담당과별 수출기업과의 협의체 유지 등을 나열해놓고 있다. 지난번 종합대책 때 내놓을 것은 다 내놨으니까 남은 일은 수출업체 독려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 의식이 너무 안이한 것 같고 대응자세도 너무 소극적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이 안되면 모든게 안되는 구조다. 과거 30년간 그랬었고 지금도 달라진게 없다. 경쟁력이다 고비용이다 뭐다 하며 구조불황과 경제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수출만 잘되면 나오지 않았을 소리들이다. 수출이 안되기 때문에 적자와 외채문제가 심각해지고 경기도 나빠지고 실업이 생기고 온갖 골치 아픈 문제거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출이 기록을 경신하면서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최근의 동향은 아주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여야 하며 비상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수출과 저축을 대신해서 수입과 소비가 미덕인양 부추기고 있는 사회분위기를 일신해야 하고 자율개방을 내세워 무더기로 철폐해버린 각종 수출지원시책과 수출을 장려 촉진하는 세제 금융 행정상의 제도적 장치들을 모두 재검토해서 부활시킬 것은 부활시키고 새로 만들 것은 새로 만들어 줘야 한다.
아직도 우리는 수출 아니면 살 길이 없다. 정부 자신이 수출제일주의의 강력한 신념으로 정신재무장을 해야 하며 기업과 근로자 소비자등 모든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일관되게 수출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