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외교관계국서 발생 긴장/기업도 주재원 외출 자제 지시/주 중 대사관 “불상사 유의” 당부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일 밤 최덕근 영사가 피살된데 이어 거의 같은 시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도 한국인 거주민 김상열씨가 괴한의 총격을 받은 사건이 잇따라 발생, 해외에 주재하는 우리 외교관과 상사주재원 가족들 및 교민사회는 긴장과 충격속에 신변안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최영사 피살사건 배후에 북한이 개입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북한외교관이 파견돼 있는 국가들의 교포사회는 긴장에 휩싸인 분위기다.
정부는 북한과 외교관계가 있는 국가들에 대한 주재원·교민사회의 안전대책 진단에 나서는 한편 개개인 스스로가 신변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주기를 당부했다. 대우그룹등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북한 공관지역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파견직원들에게 가급적 외출을 자제토록 긴급지시하는 등 해외주재원을 둔 기업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이진희 특파원】 최덕근 영사가 살해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교민들은 2일 긴장과 충격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이날 교민들은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비상 연락체제를 점검하고 수시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등 신변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다.
현재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종합상사 주재원과 유학생 선교사 등 2백여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나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 북한의 임업대표부 경제대표부 등 공관과 공관원이 많고 벌목공과 건설근로자 등도 1만여명이 있어 교민들은 평소에도 행동을 주의해 왔다.
교민들은 이번 사건이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한 상사주재원은 『아직까지 누구의 범행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증거는 없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 범행은 개인의 소행으로는 보기 어렵다는게 대부분 교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지에는 모스크바와 서울에서 급파된 정부당국자들과 국내외 언론사 특파원들이 속속 모여들고 현지 TV도 수시로 수사속보를 보도하고 있어 블라디보스토크 교민사회는 일순간에 긴장된 분위기에 휩싸였다.
【북경=송대수 특파원】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2일 최덕근영사 피살사건과 관련, 『최영사 피살사건은 북한에 의한 소행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무장공비 침투사건이후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이곳에서도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는 등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며 상사원 유학생 등 교민들에게 신변안전에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피살 최덕근 영사 가족 주변/7순 부모 아들사진보며 오열하다 실신/“엊그제 안부 전화 나눴었는데…”/비통한 형제 등 4명 급히 현지로
블라디보스토크 최덕근 영사(54) 피살 소식이 전해진 2일 경기 평택시 이충동 최씨 본가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에 가족들의 오열이 끊이지 않았다. 최씨의 동생 태근씨(45)와 함께 살고있는 아버지 종현씨(76·농업)와 어머니 김명순씨(74)는 벽에 걸린 아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울부짖다 끝내 실신했다.
국내에 있는 최씨의 형제 등 4명은 이날 하오 2시30분 블라디보스토크항공 1744편으로 급히 현지로 떠났다. 그러나 딸 성이씨(26)는 아들(2)의 동반비자가 나오지 않아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난 사람은 최씨의 막내동생 춘근씨(42·회사원·서울 강서구 염창동 우성아파트)부부와 딸 성이씨의 남편 김영진씨(28·대학원생·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당동 화성아파트) 장조카 현성씨(29·회사원).
춘근씨는 『형이 피살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부모님 건강을 걱정하며 추석 안부전화를 나눌 때만 해도 이런 끔찍한 일이 닥쳐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며 흐느꼈다. 성이씨는 출국장 앞에서 어린 아들을 붙잡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통곡했다. 맏형 영근씨(56·사업)는 『동생은 평소 말이 없는 성격으로 묵묵히 국가를 위해 성실히 일해온 공무원이었다』며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유족들은 이날 새벽 블라디보스토크에 함께 거주하고 있는 최씨 부인 김영자씨(51)로부터 비보를 전해 듣고는 막내동생인 춘근씨 집에 모였다. 5남1녀중 차남인 최영사가 마지막으로 서울에 온 것은 8월10일. 1남1녀 중 아들 현칠씨(24·우크라이나 키예프 공립대 2년)의 결혼식을 끝낸 뒤 평택의 본가에 들르고는 바로 임지로 돌아갔다.<김진각·정진황 기자>김진각·정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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