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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근 영사 피살­베일속의 사건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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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근 영사 피살­베일속의 사건단서

입력
1996.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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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자행했나” 의문의 테러/돈 목적 아닌 계획된 범행 분명/북 인접지역­전문가 솜씨 주목최덕근 영사 피살사건은 강릉 무장공비사건 이후 북한의 보복위협이 나온 상황에서 발생한 외교사상 최초의 우리 외교관 테러사망사건으로 충격과 함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최근의 남북 긴장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 테러가 살인 전문가에 의해 자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사건 현장인 블라디보스토크가 북한인들의 왕래가 빈번한 지역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북한측의 관련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수사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구나 최영사가 벌목공문제 등을 집중 처리 해온 독보적인 대북문제전문가로 북한측의 「요주의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가능성은 무게를 더하고 있다. 최영사는 최근 북한의 마약밀매에 대해 주요정보를 입수, 이를 중점 추적 해온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 등 관계기관은 크게 2가지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 우선 최근 정세와 관련해 공작원 등 북한측에 의한 계획적인 보복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둘째로 현지 마피아 등 범죄집단의 청부계획살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떤 방향으로도 단정할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우선 이번 사건이 치밀한 계획에 의해 전문가의 솜씨로 자행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현장 부근에 있었던 러시아 주부의 진술에 따르면 최영사가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부터 2∼3명의 범인들이 이미 현장에서 최영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테러는 불과 3분여만에 독침일 가능성도 있는 송곳 같은 예리한 흉기와 둔기로 신속하고 확실하게 이루어졌다. 범인들은 최영사의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최근 고장났다는 사실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이 일부러 엘리베이터를 고장냈을 가능성도 있다.

최영사의 소지품 가운데 지갑 현금 여권 등이 현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점도 이번 사건이 금품을 노린 단순 강도가 아닐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현지 총영사관의 관계자는 『최영사는 평소 성품이 원만하고 성실해 따로 원한을 살 만한 일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원한 등과 관련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했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 볼 때, 이번 사건은 북한측에 의해 자행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금전 외에 뚜렷한 목적에 따라 전문가가 동원된 살인으로 봐야 한다는게 지배적인 판단이다.

이번 사건이 북한측의 소행으로 판명이 될 경우 남북관계는 중대한 국면을 맞을 수 밖에 없음은 물론이다.<장인철 기자>

◎마지막 만난 동료 최용삼 영사/“단순강도로 보기 힘들다”/교민사회 추측 난무… 독침설은 아는바 없어/러,중대사건 간주… 검사장이 직접 수사지휘

최덕근 영사가 피살 직전 마지막으로 만난 동료인 최용삼 영사는 2일 기자에게 당시 상황과 현지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숨진 최영사는 뒷머리가 완전히 깨져 있고 오른쪽 배에 무엇으로 찔린 듯한 예리한 구멍이 나있었다. 뒷머리가 주먹 한개가 들어갈 정도로 크게 함몰됐고 오른쪽 배의 구멍은 볼펜이 들어갈 정도였다. 그리고 범행 현장에 피가 묻은 고무장갑이 놓여 있어 경찰이 수거해 갔다』

―사건발생 직전에 같이 있었다는데.

『1일 저녁 서울에서 온 한국표준화연구소 박승덕 연구위원 등 2명과 숨진 최영사 그리고 통역 등 8명이 저녁식사를 한 뒤 하오 8시30분께 헤어졌다. 8시50분께 최영사집에 전화를 했더니 부인이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9시20분께 최영사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우성 영사로부터 최영사가 살해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독침이 발견됐다는 얘기도 있는데.

『아는바 없다』

―누구의 소행으로 보는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곳 교민사회에서도 벌써 여러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일단 최영사의 지갑과 현금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이해가 걸려 있는 특정집단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강도사건으로 보기 힘들다』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외교관 피살사건인 만큼 러시아측도 중대한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지 검사장이 직접 나와 지휘하고 있다』

―이 곳의 북한인은 얼마나 되나.

『식당이 과거에는 있었으나 철수했다. 건설노동자가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3천여명 정도 나와 있었는데 가을로 접어들면서 철수하고 있다』<블라디보스토크=이진희 특파원>

◎최 영사는 누구/대북 업무·정보수집 전담/러시아통… 작년 12월 현지 부임/북한 벌목공들 탈북사건도 간여

최덕근 영사는 러시아어에 능통한 러시아 전문가. 외무직 부이사관(3급)인 그는 국장급 고위공무원으로 주로 러시아에서 정보수집 및 대북업무를 전담해 왔다. 정부에서는 손꼽히는 러시아통을 잃게 됐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42년 11월생인 최영사는 경기 평택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줄곧 러시아 관련 업무에 주력해 왔다.

그는 93년 2월18일부터 95년 12월20일까지 주 우크라이나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했으며 그 이후부터는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의 영사로 재직했다. 총영사관에서는 대북 정보를 포함, 현지 정보수집 및 분석 업무를 맡아 왔고 북한 벌목공들의 탈북사건에도 간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은 부인 김영자씨(51)와 1남1녀. 부인 김씨는 현지에 함께 거주해 왔고 아들 현칠씨(24)는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공립대 2학년에 재학중이다.

한국에는 출가해 분당신도시에 살고 있는 딸 성이씨(26)와 부모, 5형제가 있다.<김병찬 기자>

◇외교관 테러 사건 일지

▲82·2·13=최재근 주 우간다대사관 서기관, 대사관에서 시내로 가던 중 무장괴한 4명으로부터 총격받아 전치 3개월 부상.

▲86·1·31=도재승 주 레바논대사관 서기관, 공관앞 도로에서 무장괴한 4명에게 피랍됐다 풀려남.

▲95·3·18=이수존 주 대만대표부 서기관, 집근처 도로에서 괴한 1명으로부터 피습받아 목에 자상 입음.

▲96·10·1=최덕근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영사, 숙소인 아파트 3층 계단에서 괴한에 피습당해 현장에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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