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극단 무천 「이 세상 끄읕」(연극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극단 무천 「이 세상 끄읕」(연극평)

입력
1996.10.03 00:00
0 0

◎닫혀진 순환구조속의 삶 형상화극단 무천이 「실내극」과 「어머니」 「긴 여행」 등 장정일의 단막희곡 세 편을 모아 「이 세상 끄읕」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렸다. 작가 스스로도 「동강난 모습으로 여러번 공연되었지만 내심 3부작으로 여겨왔다」고 밝히고 있듯이, 세 작품은 내용으로나 형식으로나 분명 하나로 묶을 만한 연결고리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세 작품 모두 두 명의 남녀를 중심인물로 등장시켜, 철저하게 닫힌 세상과 거기 갇혀 사는 인간들을 그려내고 있으며, 또한 예외없이 반복 내지 순환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즉 이 세상은 끝이 있어서 그 끝을 지나면 탈출할 수 있는 단순구조가 아니라, 모든 지점이 끝이면서 동시에 모든 지점이 시작이 되는 순환구조이고, 따라서 인간은 계속 돌기만 할 뿐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폐쇄적인 순환구조, 사실 일찍이 이오네스코나 베케트가 발견한 세상의 모습도 그러한 것이었다. 그러나 작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장 주네나 로브그리에의 체취가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즉 「실내극」과 「어머니」는 감옥이라는 배경과 그 범죄적 분위기, 또한 일반의 통념과 정반대로 전도된 가치체계 등 다분히 장 주네의 「엄중한 감시」와 「병풍들」을 생각나게 하고, 「긴 여행」은 간헐적으로 분출하는 오이디푸스신화를 보거나 시공간적으로 반복순환하는 무망한 인간행위를 보거나, 로브그리에의 소설 「고무지우개」와 상당히 흡사하다.

물론 이런 식의 비교는 얼핏 장정일의 작품을 깎아내리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의 영향을 받았건 안 받았건, 또 그래서 비슷한 점이 있건 없건, 자신의 눈으로 본 세계를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면 그것은 일단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좋은 연출과 연기자를 만나야만 제대로 발휘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모두 패기와 경륜을 겸비한 40대 초반으로 각기 독특한 개성을 보여온 김철리와 채승훈과 김아라의 연출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며, 변신과 순발력에 있어 이미 정평이 나있는 안석환과 서주희의 연기도 작품의 깊은 의미를 연극적 재미와 함께 실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오세곤 연극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