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근절되었을 것으로 여겼던 의사들의 태아성감별행위가 아직까지도 버젓이 자행되어 왔음이 밝혀졌다. 특히 바로 1년전인 지난해에 의사 자신들이 이러한 반인륜적 반사회적인 행위를 깨끗이 추방하자며 자체적으로 결의까지 하고 대국민 홍보에 나섰던 점을 생각하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서울지검이 1일 의료법 위반으로 구속 또는 불구속기소한 이들 탈선의사들은 남아를 선호하는 임산부에게 태아성감별을 해주며 돈을 받았는가 하면 태아가 여아일 경우 임신중절수술까지 해주었다. 한마디로 이들이 의료인으로서의 긍지와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갖추고 있었는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들이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탈선행위를 해온데는 아직 없어질 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남아선호사상 때문이었음도 부인할 수는 없다. 얼마전 한 보건단체가 조사한 바로는 우리나라 주부 가운데 60%가 여전히 아들을 선호하고 있으며 더욱이 임신중 태아감별검사를 받은 경험이 14%나 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최근 20여년 사이 우리 사회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젊은 세대의 자녀관마저 변모하면서 자녀수가 줄어 남녀성비의 불균형이 심각해졌다는 사실은 새로울 게 없다. 지난 연말 정부가 발표한 내용만 보아도 현재 전국의 남녀출산 성비는 여아 1백명당 남아가 1백15.5명으로 이는 세계적인 자연적 성비 1백5를 훨씬 뛰어넘는데다 이대로 가다가는 99년엔 남자 6명중 1명이 짝(여성)을 찾지 못할 것이란 경고성 예측까지 한 바가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남아선호사상의 폐단은 당국의 발표대로라면 너무 심각하다. 첫째 자녀의 성비차이가 둘째 셋째 넷째로 갈수록 더욱 증폭, 남아비율이 1백14.3명 2백5.9명 2백37.7명이나 된다는 것은 성감별을 통한 여아낙태가 그만큼 성행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인 자신들의 태아성감별 등 불법행위퇴치가 1차적 과제이긴 하지만 일반국민과 임산부 스스로의 의식개혁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함을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
외국의 경우 산모의 건강 등 이유로 임신중절수술은 할 수 있지만 반드시 임신 3개월 안에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남아선호라는 시대착오적 이유는 용납될 수 없으며 특히 미국은 낙태가 중요한 정치 이슈가 될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섭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강한 생명존중의식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의 탈선의사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국가적 의지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따라서 성감별에 대한 단속은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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