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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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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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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국문학자였던 도남 조윤제 박사는 한국인의 국민성을 「은근과 끈기」라고 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성미 급하고 감성적이다』는 통념적인 인식과는 사뭇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 기업들이나 근로자 또한 정부가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행태를 보면 도남선생의 정의가 역시 잘못됐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세계의 경기가 좋아지면 저절로 풀리는 경기변동적인 성격이 아니라 풀리지 않을 수도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결함에서 오는 성격이 크기 때문에 심각한 것이다. 따라서 그만큼 깊이 통찰하고 고심한 뒤 대책을 세우고 일단 세운 대책은 꾸준히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정말로 「은근과 끈기」가 요구되는데 현실은 졸속과 방편뿐이다. ◆정부는 「9·3경제대책」을 내놓더니 이제는 「10%경쟁력 제고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풍문에 따르면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 관계자들이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의 근본문제는 정부측이 빈번히 지적해 온 것처럼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 고물류비용, 다규제 등 4고1다다. 9·3대책은 이에 대한 다소 구체적인 대응책이다. 10%경쟁력 제고대책이 이것과 어떻게 연관될지 모르나 국민의 의식 가운데는 9·3대책이 이미 빛바래진 것 같다.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슬로건의 남발은 자제돼야겠다. ◆재계도 방향이 자주 바뀐다. 기업이 생존하자면 안팎의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지만 요즈음 기업들의 경제위기대응은 지나치게 유동적이다. 명예퇴직 등 무더기 감원을 시도하거나 의도했다가 철회한 것은 좋은 것이나 뒤에 철회할 것이라면 처음부터 좀더 신중했어야 했을 것이다. ◆경제위기극복의 길은 멀고 험하다. 엔화의 대미달러화 환율 등 불가측의 요소도 많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기업에 대한 국민과 종사자들의 신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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