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유럽통합 “뚝심의 위업”/아데나워 「장수」 기록 곧 추월/98년 총선 재출마 여부엔 침묵헬무트 콜 독일총리(66)가 1일로 재임 14주년을 맞았다.
독일 언론들이 새삼 그의 집권 14주년을 들먹이는 것은 이달만 지나면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의 14년1개월 집권기록(49∼63년)을 깸으로써 2차대전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되는 것은 물론 98년 총선에 나설 경우 프로이센제국의 「철혈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최장집권기록 19년(1871∼90년)까지도 경신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누구도 금세기 안에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지 못한 동서독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데 이어 2차대전의 적국이었던 프랑스와 영국을 아우르면서 유럽통합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업적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시사주간 슈피겔은 1일자 최신호에서 그를 「영원한 총리」라는 제목의 표지인물로 다뤘다.
콜은 82년 사민·자민당 연립정권의 붕괴로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물러나면서 전격적으로 총리직에 올랐을 때만 해도 그를 소재로 한 농담집이 나올 정도로 몸집만 거대하고 어딘지 촌스러운 인물로 평가됐다. 그도 그럴 것이 사학박사 학위가 있지만 동방정책으로 국제무대에서 명성을 얻은 빌리 브란트 총리와 같은 비전도, 이지적인 명연설가 슈미트 총리의 날카로움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선을 거듭하면서 그는 특유의 현실주의 노선을 바탕으로 체구에 어울리는 뚝심과 강인함을 입증했다. 지금도 독일인들은 농담의 대상으로 콜 총리를 가장 즐긴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콜 총리는 요즘 심기가 복잡하다. 사회보장예산을 대폭삭감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직 98년 총선 재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세무공무원의 아들로 프랑크푸르트대와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역사 법학 정치학을 전공했다. 59년 기민당(CDU) 소속 라인란트―팔츠 주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69년 라인란트―팔츠주 총리, 73년 CDU 당수에 취임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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