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시대 인류학적 지식은 곧 국력/창립 40년 눈앞 우리것 객관적 조명도문화인류학은 세계 제민족의 문화를 비교·연구함으로써 인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규명하는 학문이라 하겠다. 문화인류학자는 자기가 자란 자국의 문화보다는 타문화를 연구대상으로 삼으며 현지조사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연구자료를 수집한다. 현지조사란 자기가 연구하려는 외국의 문화집단에 가서 일년이상 주민들과 같이 거주하면서 참여 관찰과 대담을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인류학은 서구에서 발달한 학문이지만 가장 비서구적인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학문적 질문과 가정이 대개 그 학문이 처해 있는 사회에 기반한 것임을 감안할 때 비서구사회에 기반한 인류학적인 지식은 지적인 체계의 부분성과 한계성을 일깨워주는 학문분야이기 때문이다.
문화상대주의의 개념은 인류학에서 발달된 중요한 개념이다. 즉 각 나라의 문화를 우열의 가치에서 보지 않고 그 나라의 입장에서 이해하여야 한다는 관점으로 이는 세계화 시대에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현대인에게 특히 강조되어야 할 개념이다. 외국의 문화를 무조건 훌륭하다고 보는 문화사대주의나 또는 자기의 문화가 세계 최고의 문화라고 생각하는 문화국수주의의 태도는 문화상대주의의 관점에서 재고되어야 할 생각들이다.
세계화 국제화시대에 인류학적 지식은 곧 국력이다. 문화인류학은 결국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집단이나 민족의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인류학은 타민족과의 관계가 빈번할수록 그 학문적 중요성과 기여도가 증가한다. 최근에 외국으로의 관광여행, 사업, 그리고 이민 등이 급증하고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에도 외국 근로자, 사업가 등이 대거 방문 거주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집단들과 갈등없이 지내는 것이 군사력 경제력보다 더 우선시되는 시대, 문화력이 국력으로 측정되는 시대에 우리는 와 있다.
미국이나 중국 등은 오랫동안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는 집단과 같이 사는 노하우를 축적해 놓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비해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우리끼리만 살아온 한국인들은 이민족과 사는 방법에 매우 서투르다. 93년 미국 LA에서 있었던 흑인폭동의 최대피해자가 한인이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인류학 교육이 범국민적으로 체계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반증한 사건이었다.
한국문화인류학회는 58년 설립되었고 지금 창립 40주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한국문화를 연구하는 한국학자, 외국문화를 연구하는 한국학자, 그리고 한국문화를 연구하는 외국학자들로 이루어진 우리 학회의 회원들은 그동안 한국문화를 객관적으로 조명하는 연구를 축적해왔다. 최근에는 젊은 인류학도들 중에 외국에 장기체류하면서 외국의 문화를 연구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연구가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한국인들이 세계의 인류문화를 이해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한다.<임돈희 동국대 교수·인류학>임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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