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일대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이번 추석을 유난히도 씁쓸하게 보냈다. 한가위 보름달은 롱아일랜드 해변가에도 휘영청 떠올랐지만 새까맣게 타서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는 한인교회를 보면서 이국땅에서의 고난과 역경을 곱씹어야 했다.추석을 3일 앞둔 24일 새벽, 뉴욕 퀸스 노던대로 166의 효신장로교회에서 가스폭발로 인한 대화재가 발생했다. 뉴욕 소방관 250명과 경찰관이 출동, 2시간만에 불길이 잡혔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교회는 전소되고 예배를 보러왔던 한인 9명이 다쳤다. 피해액만 수백만달러에 이르는등 재미 한인 교회사상 최악의 사고였다.
ABC, NBC, 폭스등 뉴욕의 TV와 라디오방송들은 이날 사고를 종일 보도했고, 로버트 줄리아니 뉴욕시장도 사고현장에 달려와 한인 주민과 교회인사들을 위로했다. 불이 꺼진후 교회는 강력한 폭격을 당한듯 건물전체가 무너지고 주변의 차량과 주택도 부서져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폭발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온 한인들이 파괴된 교회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미국동부지역에 생생하게 방영됐다.
미국에서 한인교회는 단순한 종교적인 장소로서 뿐아니라 동포들끼리 이역땅에서의 애환을 나누는 사랑방과 같은 기능도 갖고 있다. 동포들은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과 언어의 장벽을 느낄 때 한인 교회를 찾아 서러움을 달래곤 했다. 특히 이번에 불이 난 효신장로교회는 영주권자들이 시민권을 따기 위해 인터뷰를 하던 장소여서 뉴욕 동포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비록 이민 역사는 짧지만 한인 동포들은 특유의 부지런함과 억척스러움, 공동체 의식으로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동포 사회에서는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교회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제기되는가 하면 이번 화재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교회는 탔지만 교회를 세우는데서 다시 한번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뉴욕=김인영 특파원>뉴욕=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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