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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노골적 성묘사” 논란 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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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노골적 성묘사” 논란 일듯

입력
1996.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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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내게 거짓말을 해봐」·희곡 「해바라기」 곧 출간/문란한 성을 통해 권위주의적 제도의 억압에 대항재즈와 프리섹스의 문화에 함몰된 90년대 젊은 세대의 초상을 실험적으로 그려온 장정일씨(34)가 새 장편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김영사에서 곧 출간한다. 또 희곡 「해바라기」도 민음사에서 나온다. 영화로, 연극으로 곧잘 옮겨진 그의 소설에서 늘 세인의 관심은 성을 그려내는 대목에 쏠린다. 중편 「아담이 눈뜰 때」에서 첫 장편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또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로 2년에 한 편씩 나온 작품에서 그는 주눅들지 않고 갈수록 능란한 수법으로 성을 묘사했다. 그의 소설에서 우연하게 이뤄지는 성교는 썩어가는 자본주의문화의 상징이면서 억눌린 자아를 해방시키는 유별난 장치다.

800장 분량의 소설 「내게…」는 전체 내용의 8할이 성교장면이다. 서른 여덟의 전직 조각가인 제이가 열 여덟의 고3 여학생 와이를 2년여 동안 만나면서 치르는 수 차례의 성행위가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오럴 섹스에서부터 사디즘·마조히즘에 이르기까지 온갖 행위가 등장한다. 가부장의 권위주의를 벗어나는 길은 자유로운 사랑 이외의 모든 것을 무화하는 것 뿐이라는 깨달음을 얻기까지 제이가 겪는 성적 탐닉과 방황이 씩씩한 어휘에 실려 있다.

제이는 「박정희 파벌에 들지 못해 옷을 벗게 된 영관급 육군장교」를 아버지로 두었던 인물 어린 시절 복종과 절제의 상징이었던 아버지를 「신버지」라 바꾸어 부르며 그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위로 두 명의 언니가 모두 강간으로 순결을 잃은 집안의 아이 와이는 강간당하기 전에 순결을 바치자는 심사로 제이를 만난다. 자유로운 사랑을 꿈꾸는 그들의 행위를 통해 제이는 카프카 마냥 아버지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결국 그 감시체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집과 조각품을 불태워 없애 버린다. 와이도 가족과 대학을 버리고 홀연히 브라질로 떠나, 그 곳에서 마조히스트 남성들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클럽종업원으로 일한다.

「해바라기」는 30대 중반의 촉망받던 시나리오작가가 갈수록 시장논리에 눌려 작품을 쓸 수 없게 되고, 포르노소설을 각색하는 일을 하게 되자 탈출의 방법으로 여러 여자와 성관계를 맺고, 그들을 죽이는 과정을 그린 단막희곡. 글쓰기의 원초적 에너지를 난잡한 성교와 살인에서 얻는다는 다소 엽기적인 내용으로 자본주의에 갇혀 있는 문필가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꽤 논란을 불러일으킬 듯한 작품이지만 소설 속의 한 대목을 보면 장씨는 이 작품들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누구처럼 개피보지 않으려고」 고민 끝에 소설의 내용을 바꾸는 소설가친구를 보고 「만약 제이가 친구와 같이 소설을 쓰는 입장이라면 예술과 외설의 선을, 표현자유의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밟고 처벌을 면하는 게 아니라, 그 선을 훌쩍 넘어가 버리기를 원했을 것이다.

문학작품의 성적 표현 한계를 놓고 법의 도마에까지 오른 마광수씨의 경우처럼 장씨의 소설도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김영사 편집관계자는 『작품을 미리 본 몇몇 작가와 평론가들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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