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히 떠오르는 유신시절 아픈 추억한국현대사가 남긴 상처나, 중산층의 삶을 섬세한 시각으로 그려낸 소설가 이 선씨(43)가 장편 「프라우드 메리를 기억하는가」(고려원)를 냈다.
『70년대 숨죽이며 고민하던 세대의 기억을 어떻게든 소설로 그려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내가 겪었던 시절의 고민과 아픔을 지금은 남남이 되어버린 어린시절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기억의 장례」에서 일제시대부터 광주민주화운동에 이르는 한국현대사를, 「행촌아파트」에서 중산층 생활인의 모습을 그렸던 그는 쉽고 편하게 소설을 써나간다. 현대사의 아픈 구석이나, 일상의 다채로운 모습이 주로 여성의 시선을 통해 세심하게 포착되어 있다.
「프라우드…」는 「문예중앙」에 전재하고 아직 단행본으로 내지 않은 장편 「우리가 쏘아올린 파이어니어호」에 이어지는 작품이다. 유신시절을 전후해 대학시절을 보내며 상처를 간직하고 헤어진 네 명의 친구가 예기치 않게 해후하는 과정을 통해 가슴에 앙금처럼 남은 아픈 추억을 곰곰이 되새겨 보게 한다.
재서 양희 규성 형주는 「프라우드 메리」라고 불린 미친 여자에 대한 기억을 공유한 고향 친구로 유년시절부터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늘 함께 다니곤 했다. 유신계엄령 아래서의 대학생활과 우정 속에 숨죽이던 사랑이 미친듯이 폭발하며 상처받는 과정이 중년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진다. 이씨는 『그들의 고민과 아픔은 그립지만 성큼 다가갈 수 없는 우리 40대의 마음 구석에 앉은 추억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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