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이기」로 전략사업 집중/가능성 없는 부문 과감하게 처분 빚 크게 줄여/신기술·개발품에 전력 적자수렁서 흑자 전환『성장가능성이 없는 사업은 버린다. 대신 잘하고 있는 분야에서 승부를 걸겠다』 미 모토로라사를 3년여만에 대표적인 하이테크 전문업체로 성장시킨 조지 피셔 회장이 93년말 이스트먼 코닥사에 전격 영입된후 내건 전략이다.
1881년 창업, 지난해 매출 150억달러에 순익 12억달러를 기록한 세계 필름업계의 「대부」 코닥. 『피셔를 영입한 것은 코닥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당시 코닥은 응급수혈을 받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91년 매출이 3억달러 감소하더니 이듬해 조정기를 거쳐 93년 내리막길을 달렸다. 순익도 91년 4억5,500만달러에서 92년 1억3,100만달러로 줄었고, 93년에는 무려 15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80%에 달하던 미 필름시장 점유율이 70%대로 떨어졌다. 사내에선 필름분야의 선두자리를 내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그전 10년간 실시한 5차례의 리스트럭처링(사업구조재구축)이 무위에 그친데다 사업다각화로 비대해진 몸집은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게 할 뿐이었다.
물론 이러한 침체에는 디지털스캐너와 컴퓨터그래픽 등이 등장해 필름사업을 위협하는 등 업계의 성장둔화가 일차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오랜 독점으로 의욕이 약해진데다 소위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부채증가가 더 크게 작용했다. 80년대중반 전체 종업원의 10%가 넘는 1만3,000여명을 감원하는 등 감량경영을 펼쳤지만 전자출판 플로피디스크 의약품 가정용품 등의 사업을 인수하며 부채는 78억달러에 육박했던 것.
피셔 회장은 사진과 전자영상사업에 주력키로 하고 이와 관련없는 부문은 과감히 잘라내기 시작했다. 94년 스털링제약회사를 영국 스미스클라인 비첨에 29억3,000만달러에 판 것이 대표적. 최근 한일그룹이 인수키로 한 우성그룹의 자산이 3조2,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큰 살을 도려낸 셈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회사는 그대로 둔채 일부 사업을 정리하려는 움직임과는 궤를 달리한다. 코닥은 같은 해 세제생산사업부인 L&F를 15억5,000만달러에, 처방의약사업부를 16억8,000만달러에, 진단시약사업부를 10억1,000만달러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조성한 자금으로 장기부채를 상환, 부채를 16억달러로 크게 줄였다.
여력은 디지털영상기술과 제품개발에 쏟아부었다. 여러 곳에 분산돼있던 디지털영상부서와 연구개발조직을 통합하고,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려 신제품개발 기간을 단축토록 했다. 개발만 하고 상품화하지 않는 낭비(?)를 없애기 위해 독립채산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히트상품이 된 필름 없는 카메라(디지털 카메라)와 사진원판 없이도 일반사진을 디지털방식으로 처리, 확대할 수 있는 이미지 매직머신 등 그동안 묵혀놓은 개발품이 출시돼 수익성도 크게 높였다.
이러한 「몸집 줄이기」와 「집중」으로 코닥의 매출은 94년 전년대비 7%, 지난해에는 10% 각각 증가했고, 순익도 지난해 12억달러로 전년(5억달러)에 비해 배이상 늘어났다. 코닥은 이후 컴퓨터업체인 디지털이퀴프먼트사의 칼 거스틴 마케팅담당이사를 영입, 마케팅력을 강화한데 이어 IBM 마이크로소프트사 등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존 디지털영상기술이 접목된 제품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성장세다. 주목할 만한 점은 피셔 회장이 매각에 따른 자연 감소분외에 본부인력을 감축하지 않았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위기의식을 조장하지 않아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불황극복을 위해 사업을 정리한 기업들은 코닥 외에도 많다. 제너럴 밀즈는 레스토랑사업과 식품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했던 완구 의류사업을 정리,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처럼 전략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관련없는 부문을 과감히 도려내는 사업정리는 불황극복의 한 수단이 되고 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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