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회교세력 북상 저지 고민/이란수니파 집권 음모설 제기/파키스탄반사이익 기대 태도 느긋회교 원리주의에 기반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정권 장악은 중앙아시아 세력판도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충격파의 직접 영향권에 든 지역은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구소련 3개 공화국이다.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이들 공화국이 염려하는 사태는 대량 난민의 유입. 아프간 북부에는 타지크인 350만, 우즈벡인 및 투르크멘인 200만이 거주해왔는데 이들이 대량 난민화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아프간 다수민족인 퍼쉬트인을 근간으로 한 탈레반 정권이 타민족을 배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축출된 부르하누딘 랍바니 아프간 대통령과 아흐메드 마수드 국방장관은 모두 타지크인이다.
회교세력의 북상을 저지하려는 러시아의 고민도 클 수 밖에 없다. 탈레반 아프간정권 등장을 기폭제로, 타지키스탄 등 3개 공화국내 회교세력이 러시아의 영향권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타지키스탄에 1만명의 병력을 급속히 증파했다.
이에 못지않게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 국가는 아프간 서쪽의 이란. 시아파 회교도를 중심으로 한 이란은 아프간에 강력한 수니파 회교정권이 들어서자 「대이란 국제 음모설」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공조, 이란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탈레반 정권 수립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과 파키스탄은 느긋한 태도다. 미국은 탈레반의 반서방 노선에 상관없이 탈레반의 정권수립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눈치다. 탈레반 정권을 「균형추」로 이 지역 맹주격인 이란 러시아 등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에 군비를 지원한 것으로 의심받아온 파키스탄은 탈레반의 카불장악 이틀뒤인 29일 사절단을 보내는 발빠른 외교제스처를 보였다.
아프간 사태는 인도와 중국에도 불똥이 미칠 전망이다. 인도의 경우 아프간이 숙적관계인 파키스탄과 밀착할지 여부에 긴장하고 있으며 중국은 신강(신장)지역내 회교도의 준동을 막기위해 고민하고 있다. 「중앙 아시아의 심장부」라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아프간의 정국변화는 인근 국가의 역학관계에 심대한 파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복귀설 아프간 국왕 자히르/망명전 40년 평화통치 국민 인기/“정국 수습 적임자” 탈레반도 인정
73년 조카의 쿠데타로 실각, 23년째 로마에서 망명생활을 해온 자히르 샤 전 아프가니스탄 국왕(81)이 조국에 국왕자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 지도자 물라 모하메드 랍바니가 분열된 정국을 통일하기 위해 자히르의 복귀가 필요하다고 시사했기 때문이다.
79년 구소련 침공이후 끊임없는 외세개입과 내전에 염증을 느껴온 아프간 국민들은 평온했던 자히르의 40년 통치시절을 그리며 그의 복귀를 갈망해왔다.
89년 구소련군이 철수하자 수만명의 아프간 국민들이 그의 국왕복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자히르의 복귀설은 끊이지 않았다. 각 파벌이 모두 참여하는 과도정부를 수립하는 데 있어 자히르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대중적 인기와는 달리 그에게는 정적 또한 적지 않았다. 탈레반에 의해 축출된 부루하딘 랍바니대통령도 그의 귀국을 용인하지 않았다. 91년에는 3군데를 칼에 찔리는 테러까지 당했다. 1934년 19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여성에게 교육·직업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만들고 과격 회교세력을 투옥했던 그를 정통회교율법을 강조하는 탈레반 정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윤태형 기자>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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