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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뭉클한 감촉 “공비다”/추가사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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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뭉클한 감촉 “공비다”/추가사살 순간

입력
1996.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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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단 속 저항에 집중사격/4차례 투항 권유 불응/전우 잃은 비호부대원들 전과【강릉=박희정·이동훈·배성규 기자】 무장공비의 총탄에 이병희 상사(25)를 잃은 육군 비호부대(특전사) 대원들이 30일 무장공비 잔당 1명을 사살, 동료의 한을 풀었다.

30일 하오 3시18분께. 3공수여단 13대대 7지역대 1중대 부대원 11명은 35번국도에서 불과 2백m지점인 강릉시 왕산면 목계리 석우동 한 옥수수밭에 이르렀다. 이날 새벽부터 칠성산 중턱에서 왕산면 목계리 방향으로 흩어 내려오며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던 중이었다. 대원들은 추수가 끝난 5개의 옥수수단을 발견했다. 8명의 부대원들이 사주경계를 하는 가운데 중대장 최재호 대위(27)는 김민규 중사(23) 이용배 상사(35)와 함께 일일이 옥수수단을 들추며 확인해 나갔다.

맨앞의 김중사가 돌무덤 아래의 5번째 옥수수단으로 다가가 손을 집어넣는 순간, 손끝에 뭉클한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순간 「무장공비다」라는 생각이 김중사의 뇌리를 스쳤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김중사가 최대위와 이상사에게 신호를 보내자 대원들간에는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대위와 이상사가 옥수수단에 총을 겨누고 김중사가 옥수수단을 헤치는 순간 깡마르고 초췌한 무장공비의 얼굴이 비스듬히 나타났다.

무장공비와 김중사의 시선이 마주친 사이 최대위가 『투항하면 살려준다』고 4차례 외쳤다. 생포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옥수수단이 움직이면서 권총이 삐죽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탕』하는 권총소리가 울려펴졌다.

일촉즉발의 순간, 김중사는 쥐고 있던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반사적 행동이었다. 옆에서 옥수수단을 겨냥하고 있던 최대위와 이상사의 총구도 불을 뿜었다. 16발의 총성이 울려펴졌다. 옥수수단을 젖히자 오른쪽 가슴에 피를 흘리며 눈을 반쯤 뜬 채 숨진 공비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날 사살된 무장공비 김영일은 탈진한 상태에서도 총을 놓치지 않으려는듯 오른손목에는 권총을 묶었던 가죽끈이 잘린 채 감겨있었다. 그의 옆에는 먹다 남은 몇개의 수수깡 조각이 든 마대자루와 옥수수 수염으로 막은 1.5ℓ짜리 빈 페트병만이 발견됐다. 실탄 10발이 든 권총은 왼쪽 무릎에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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