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군무원으로 있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김씨가 지난달 24일 저녁 기밀누설 혐의로 체포된 「포트 마이어」는 워싱턴의 앨링턴 국립묘지 서쪽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미군부대다.당시 이곳 장교클럽에서는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실이 주최하는 한국 국군의 날 기념 리셉션이 열리고 있었다. 행사에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가 있던 박건우 대사를 대신해 차석인 이창호 정무공사가 한국측 주빈으로 참석했다. 김씨로부터 기밀자료를 넘겨 받았다는 백동일 한국대사관 해군무관도 각국의 하객들과 어울렸다. 미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이공사가 자리를 뜬 지 20여분이 지난 저녁 8시15분께 백대령과 함께 클럽문을 나서던 김씨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당신 차가 접촉사고를 냈다는 보고를 받고 왔으니 함께 나가자』며 그를 연행해갔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국땅에 있는 미군기지에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시민 김씨를 FBI가 체포한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군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 각국 외교관들이 모여 있던 연회장에서 전격 연행해간 것을 두고는 온갖 억측이 난무할 수 밖에 없게 됐다.
FBI측은 김씨의 혐의사실이 일부 미 언론에 알려져 체포 예정일을 하루 앞당긴 것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인상이다. 최근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을 두고 드러난 한미간 미묘한 시각차를 볼 때 미국측이 일부러 체포장소와 시점을 택한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윌리엄 페리 미 국방장관은 29일 한국계 미국인의 기밀유출사건이 긴밀한 한미관계를 저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대변인도 한미관계는 한 개인의 잘못 정도는 견뎌 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관계가 정말 그렇게 굳건한 것이라면 미국측의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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