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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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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영화평)

입력
1996.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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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적인 표현력… 이 시대의 왜곡된 애정 고발영화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감독 오일환)는 왜곡된 등장인물들의 어긋난 사랑과 사건을 통해 이 시대의 단면을 이야기한다. 『삶은 미로와 같다』는 영화속의 대사처럼 영화도 미로와 같이 인물들의 얽힌 관계를 그려나간다.

「그」(김승우 분)는 여자를 만난지 57초만에 사랑하게 된 순진한 샐러리맨. 그 여자에게 구혼하러 갔다가 소문난 바람둥이인 여자의 언니(방은진 분)와 반강제적으로 결혼하게 된다. 아내가 된 언니는 그를 첫사랑하게 되고 헌신적인 부인이 되지만 그는 여전히 처제와 은밀한 애정을 나눈다.

후기 산업사회는 각종 우상이 떠돌고 가치관과 방향성이 상실된 포스트모던시대라고 일컬어진다. 오감독은 혼돈된 세상 속에서 우리의 혼란스러움과 위선적인 태도를 캐릭터의 일탈과 방황으로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너희가…」의 기본적 분위기는 우울함과 어두움이다.

원작자 장정일씨는 이 소설에서 똑같은 이야기, 인물을 장이 바뀔 때마다 상이한 방식으로 묘사하는 화성악적인 문체 실험을 보여줬다. 영화 「너희가…」는 소설에서 인간의 소외, 욕망, 억압 그리고 90년대의 개인화하고 변화한 가족구성 등 다양한 주제를 차용했지만 소설의 복잡한 이야기를 정제하지 못해 산만한 느낌을 준다. 또한 원작의 문체적 실험을 영화언어의 표현능력과 형식으로 재해석해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카메라의 앵글과 움직임이 갖고 있는 도전성, 영화적인 시공간의 표현영역을 넘어서려는 시도 등이 신선하다.

아울러 「개같은 날의 오후」에서 여성들의 성숙한 연기력이 감탄스러웠듯이, 불같은 방은진의 열연은 우리가 어떤 연기자를 아끼고 존중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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