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만의 세계 글·삽화로 담아낸 동시집그림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 셸 실버스타인이 최근에 낸 동시집 「폴링 업」이 번역출간(사계절)됐다. 한 그루 나무가 아무 조건없이 어린 시절 친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어 주는 깊은 우정을 그려낸 「아낌없이…」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깊은 감동을 준 동화였다. 시인이며 작곡가, 가수로 활동했고 195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 군생활을 하면서 「성조지」(Stars and Stripes) 태평양판에 만화를 그린 재주꾼 실버스타인이 이번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가득 담은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았다. 「아낌없이…」처럼 그가 글을 쓰고 삽화를 그렸지만, 「폴링 업」은 오로지 아이들이 읽도록 만들어진 본격 동시집이다.
「우다(Woulda)와 쿠다(Coulda)와 슈다(Shoulda)가 모두 모였다/셋은 양지에 누워/자기들이 할 예정이었고, 할 수도 있었고/했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이야기를 나누다가/갑자기 모두 달아나 숨기 시작했다/꼬마 「했다」(Did)가 나타났기 때문에!」
언어를 의인화해 책임감 있는 생활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우다, 쿠다, 슈다」 등 그의 동시는 아이들이 생활에서 겪는 자잘한 일을 소재로 한다. 아빠, 캠프 등 작은 이야기부터 문명, 환경오염에 대한 풍자까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동심을 적실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아이들의 분출하는 활동력을 보여주는 「소음의 날」, 아이들이 열심히 건강하게 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세월이 흐르면」 등에는 천연한 동심의 세계가 담겼고, 「마음 속 목소리」에서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생활태도를 강조했다. 섬뜩한 분위기의 「충고」 「바라보기만 해도 죽는 눈」 등 몇 편이 다른 글과 정서가 어울리지 않아 아쉽지만, 단순하면서 경쾌한 삽화가 예전의 그의 동화에 뒤지지 않는 흥미를 안겨준다.<김범수 기자>김범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