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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에 “한랭전선”/한국계 미 군무원 기밀유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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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에 “한랭전선”/한국계 미 군무원 기밀유출 파장

입력
1996.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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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돌린 정보 대부분 「가벼운 사안」/대북 입장 엇갈린 시점 발표 의아한국계 미국인 군무원 로버트 김씨(56)가 24일 미국정부 기밀을 주미한국대사관 무관에게 유출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한·미간에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정부는 사건 공표 직후 백동일 해군무관(대령)을 귀국조치하는 한편 이 사건이 정부와는 무관함을 강조하며 조기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측이 차제에 한국측의 미국내 정보수집 활동에 쐐기를 박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북한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한미간에 대북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시점에 불거져 나왔다는 점에서 분분한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관심은 김씨의 범죄혐의가 그다지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측이 왜 이 시점에 이 문제를 언론에 공표까지 하면서 처리하려는 지에 쏠리고 있다. 미연방수사국(FBI)은 김씨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지방법원에 기소하면서 「기밀누설혐의」를 적용했다. 이는 김씨와 똑같이 미해군정보국(ONI) 소속 군무원이었던 조너던 폴러드가 85년 이스라엘에 기밀을 넘겨준 데 대해 간첩혐의를 적용한 경우와 비교해 사뭇 「가벼운」 사안이라는 얘기다.

또 김씨가 「아마추어 수준으로」 빼돌린 정보가 미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데 미 관리들조차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FBI의 기소장에 따르면 김씨가 올해 5월부터 팩스와 우편·인편으로 백대령에게 전달한 기밀은 북한·중국 및 미국의 대한 컴퓨터판매 협상 관련 정보와 한국 지도자들에 대한 미 정보당국의 평가보고서 등이다. 이에 대해 한 미 해군관리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정보는 그들(한국)이 결국 알게 될 내용보다 별로 나을 게 없다』 며 『(한국측이) 어리석다』고 말했다.

또 하나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은 FBI가 김씨의 연행 시기를 한국대사관 무관실이 주최하는 (한국)국군의 날 기념리셉션 날(24일)로 잡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말부터 이 사건을 추적해온 FBI가 하필 이날 리셉션장에서 김씨를 연행한 것은 최근 무장공비 사태를 다루는 한국군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미국측이 모종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미 행정부의 자세가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시금석 역할을 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로버트 김 누구인가/서울 출신 78년부터 컴퓨터전문 군무원

로버트 김씨(56·한국명 김채곤)는 서울 출신으로 78년부터 메릴랜드주 수틀랜드 소재 미해군정보국(ONI)에서 컴퓨터 전문 군무원으로 일해왔다. 국회의원을 지낸 김상영씨의 4남1녀중 장남으로 김성곤 의원(국민회의)의 친형. 경기고와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건너가 74년 미시민권을 획득했다. 버지니아 스털링에서 부인과 대학생 아들과 생활해 왔다.

미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말 김씨와 주미한국대사관 해군무관 백동일 대령의 접촉사실을 눈치채고 감시해오다 5월 들어 김씨 사무실 컴퓨터를 비밀리에 수색하고 전화를 도청, 범법행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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