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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토분쟁엔 “석유가 있다”/일·중 등 조어도 영유권싸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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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토분쟁엔 “석유가 있다”/일·중 등 조어도 영유권싸움도

입력
1996.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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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대립차원만이 아닌 엄청난 해저석유자원 확보전파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작은 섬 5개와 암초 3개로 이뤄진 동중국해의 조어도(일본명 센카쿠 제도). 한때 물새들의 휴식처로만 여겨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곳이 최근에는 중국, 대만, 홍콩, 일본이 영유권을 놓고 일으키는 격랑에 휩싸였다.

일본 우익청년단체 「일본청년사」가 7월 조어도의 한 섬인 북소도에 등대와 일장기를 설치하자 범중국적 반일운동이 촉발된 것이다.

분쟁은 얼핏 영토주권을 주장하는 일본과 중국간 민족주의의 충돌로 비쳐진다. 최근 일본 정계의 총보수화 바람을 탄 우익의 준동과 최고 지도자 등소평(덩샤오핑)의 사망을 앞둔 중국 지도부의 민족주의 호소가 맞물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 문제 전문가들은 조어도분쟁은 순수한 영토수호 차원보다는 동중국해 해저에 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엄청난 석유자원이 당사국 국민들의 민족감정을 부추겼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와이대 동서문화연구센터의 마크 발렌시아 선임연구원은 최근 『석유회사들은 동중국해 해역에 100억∼1,00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조어도 영유국은 막대한 석유자원을 확보하게 되므로 분쟁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분석은 90년대 들어 격화한 남중국해 남사(난사)군도 영유권 분쟁을 오버랩할 때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남사군도도 엄청난 원유와 천연가스 추정 매장량 때문에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 6개국이 전체 또는 부분적 영유권을 주장해 갈등을 빚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이같은 분쟁은 이 지역이 세계 최대 경제성장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안정적 석유자원 확보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석유 총소비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가 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물량은 이 가운데 40%에 불과하다. 2010년에 이르면 아시아의 석유 소비량은 현재의 2배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아시아 각국은 부족분을 주로 중동 등 외부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입량은 더욱 늘어날 게 확실하다.

주요 산유국임에도 불구, 중국은 이러한 경향이 더 심하다. 지난해 1억5,000만톤의 석유를 소비해 일본에 이어 2위의 수요국인 중국은 경제발전이 가속화함에 따라 매년 수요량의 1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0년에는 수입량이 1억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식민지 쟁탈전이 1차 대전을 잉태했듯이 석유자원을 둘러싼 각축전이 21세기 아시아질서 재편에 주요 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조어도문제는 단순한 민족주의 차원의 감정싸움이 아니라 서로간의 경제실리까지 걸려 있는 복잡한 분쟁이 될 수밖에 없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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