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선사시대 벽화 세기의 발견” 흥분/땅주인·발견자 등 이권분배싸고 분란쇼베동굴. 94년 12월 18일 프랑스 남동부 아르데슈지방의 깎아지른 석회암 절벽 한가운데서 깊이 7m에 내부 천장 높이가 70m나 되는 동굴이 발견됐다.
거기에는 놀랍게도 순록 들소 코뿔소 사자 야생마 등 300가지 이상의 총천연색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분석 결과 이들 벽화는 3만5,000년 전 선사시대인들이 식물성 염료와 석탄의 그을음으로 그린 것으로 밝혀졌다. 동굴 이름은 발견자인 문화부 직원 장-마리 쇼베(43)에서 땄다. 자크 투봉 문화부장관이 이 사실을 공표하자 세계 고고학계는 『세기의 발견』이라며 흥분했고 선사시대의 화가들을 『빙하기의 미켈란젤로』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쇼베동굴은 곧 「불화의 동굴」로 변했다. 결국은 돈 때문이었다. 땅주인, 변호사, 발견자, 사진작가, 마을주민들이 각각 이권분배를 주장하며 분란을 벌이기 시작했다. 소유권과 저작권을 둘러싼 소송이 봇물처럼 터졌다.
불화의 발단은 문화부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문화부는 1940년에 발견된 라스코 동굴벽화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크게 손상된 전례를 감안, 동굴입구를 철판으로 봉쇄했다. 자기 소유지임에도 들어갈 수 없게 된 땅주인들은 『미국 서부 인디언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며 문화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주인인 형제자매와 이웃들끼리도 동굴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이 번졌다.
문화부는 또 토지소유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벽화사진들을 사진전문회사를 통해 멋대로 헐값에 팔아버렸다.
문제가 복잡해지자 문화부는 땅주인들에게 동굴과 연결된 필지 2ha에 대한 보상금으로 6,000프랑(약 96만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소유주들은 『루브르박물관이 얼마냐』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발하고 있다.
발견자인 쇼베도 자신이 최초로 찍은 동굴사진에 대한 저작권 인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럽 들소와 사자 사진의 경우 근무시간이 아닌 휴가때 찍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10월말까지 동굴 일대를 국유화할 계획이어서 쇼베 주변은 한창 더 시끄러워질 전망이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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