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명절 다가오면 갑자기 아프다 지나면 말짱/어려운 일 피해가려는 성격/시부모와의 불화서 비롯도/심하면 정신과의사 상담을올해 30세인 주부 박모씨. 그는 추석이나 설날을 며칠 앞두면 갑자기 배가 아프고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며 누워버린다. 그러다 명절이 지나면 다시 말짱해진다. 이런 증세 탓에 최근에는 명절때 시골에 있는 시집에 가지 못했다. 이로인해 시집 어른들과 사이도 좋지 않다. 이른바 「며느리증후군」이다.
어떤 주부는 잠을 못이루고 어떤 주부는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며 드러눕는다. 또 어떤 주부는 팔다리가 뒤틀리기도 한다. 시집에 가기가 싫은 것이다. 도로가 막혀 고생이지만 시골에 가서 음식차리고 시집어른들 대하기가 성가시기 이를 데 없다. 남들처럼 명절때는 해외여행이나 떠나고 싶은데 시집어른들 틈에서 눈치나 보며 일해야 하니 오죽 답답하겠는가. 물론 꾀병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정말 아프다. 명절만 다가오면 잠재의식 속에서 자연적으로 증세가 생겨난다. 아주 편리한 자가발전기인 셈이다.
「며느리증후군」에 걸리는 주부들은 다음 두가지 성격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어려운 일은 피해가고 세상을 쉽게만 살아가는 성격이다. 조금이라도 부담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하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도망간다. 그러면서도 주변사람들이 자신만 위해 주기를 바란다. 이런 성격을 지닌 며느리가 시집에 가서 귀찮은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둘째 시부모를 만나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속이 들끓는 예민한 성격이다. 이런 주부는 시부모에 대한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 차 있는데 실은 친정부모에 대한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 채 어른이 된 경우이다. 친정 부모에 대한 갈등이 시부모로 옮겨간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시부모 모시기를 싫어 한다면 떨어져 사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1년에 한두번 정도야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뵐 수 있을 터인데 그것마저 역겨워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경우 시부모를 공경하는 전통적 가치관을 갖도록 주문해 봤자 소용이 없다. 우선 이 문제가 어디서 나왔는지 깨닫는 게 중요하다. 깨달음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며느리증후군」은 회복될 수 있다. 이런 병이 크게 문제돼 가정분란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럴 정도라면 정신과 의사를 찾아 상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김광일 한양대 의대교수·한양대병원 신경정신과 과장>김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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