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27일) 연휴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동해안에선 전시를 방불케하는 무장공비 소탕작전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으로 인한 감량경영 파장에 물가까지 올라 시름에 찬 마음을 더욱 뒤흔들어 놓고 있다. 어느때 보다도 마음가짐을 새로이 할 때다.올해도 휘영청 밝은 추석달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지난 여름 수해를 당한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아픔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고아원 양로원 등 불우이웃을 찾는 발길도 예년과 달리 뜸하다는 보도다. 풍성하고 따사로워야 할 추석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 지 우울하기만 하다.
아직도 우리의 과소비와 허세는 고개를 숙일줄 모르고 있다. 해외와 행락지로 나가는 행렬은 줄을 잇고 있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마음도 이 속에 파묻혀 점차 모습을 흐리고 있다. 미풍양속과 검약을 소중히 여기던 우리들의 미덕이 옛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 추석엔 전국민의 60%에 가까운 2천8백여만명이 귀성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을 단순한 고향나들이로 생각하면 맞는 의미가 덜하다. 가족 친지를 만나는 반가움과 기쁨 속에 조상에 감사하고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더불어 반추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동안 방심하지 않았나, 나라와 이웃은 어찌되든 자기만 알지 않았나, 조금 살게 됐다고 자만하지 않았나, 이번 기회에 우리 스스로를 뒤돌아 보아야 한다. 강릉해안으로 침투한 무장공비만 하더라도 우리 모두의 자만과 방심이 불러들인 것이다.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검소한 추석, 자만하지 않는 추석, 이웃의 불우를 생각할 줄 아는 추석만이 오늘의 상황에서 그 의미를 되살릴 수 있다. 오늘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는 꼭 필요하다. 이것은 무장공비를 소탕하다 전사한 사병들, 지금도 밤낮없이 애쓰고 있는 국군장병들의 노고를 생각하는 길이기도 하다.
민족대이동이 시작되는 만큼 교통 환경 및 범죄문제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서로 질서를 지키고 양보하면 사고도 예방되고 고향 오가는 길도 한결 가까워질 것이다. 주위환경에 배려하는 마음도 중요하다. 휴지한장이라도 가볍게 버려서는 안된다. 지난해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귀성풍경이 되도록 서로 협조해야 한다.
뭐라 해도 추석은 우리의 최대 명절이다. 다행히 올해는 쌀 농사가 보기 드문 대풍이라고 한다. 어려움 속에 일궈낸 풍년과 지난 한해를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우리 스스로를 자제 자숙하는 다짐과 함께 나라의 안녕과 발전에 대한 염원을 한가위 보름달에 실어 높게 띄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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