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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하야 압력/러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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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하야 압력/러 정국

입력
1996.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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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본격 정치공세 대선 재실시 집권 노려/사망경우 재선거·혼수상태땐 총리대행/권력이양은 집권세력 자의적 판단 가능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심장수술이 공산당세력에 의해 다시 정치쟁점화하면서 러시아 정국의 「안개」가 점점 짙어져 가고 있다. 옐친의 수술계획 발표 하루만에 대통령 직무대행 임명을 촉구, 결과적으로 이를 관철시켰던 공산당 출신의 겐나디 셀레즈노프 국가두마(하원)의장이 이번에도 선봉장을 맡았다.

그는 23일 옐친의 하야를 촉구했다. 그의 하야 촉구는 수술이 연기될 경우와 수술이후를 모두 겨냥한 것으로 공산당의 정치공세가 앞으로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도 옐친의 결단을 촉구하며 셀레즈노프를 거들었다.

공산당측이 옐친의 하야를 요구하며 정치투쟁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 선거가 다시 치러질 경우 집권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연해주 등 일부 지역의 각종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옐친 대통령, 우리는 당신을 믿고 뽑았다. 그러나 우리는 속았다』는 피켓을 흔드는 등 현 집권세력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군부에서도 계속되는 자금지원 중단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질 경우 옐친의 후계자는 크게 고전할 수 밖에 없다.

대선 재실시에 대한 옐친진영의 입장은 공식적으로는 단호하다. 아나톨리 추바이스 크렘린 행정실장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대선 실시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내부사정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일사불란한 것만은 아니다.

옐친이 예정대로 수술을 받다가 사망하는 경우 재선거는 불가피하다. 다만 코마(혼수상태)에 빠지더라도 사망하지 않을 경우 현집권세력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포고령을 근거로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대행체제를 가능한 길게 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옐친이 수술기간 동안 체르노미르딘 총리에 권한을 이양한다는 포고령에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포고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은 집권층이 코마등 유사시를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 궐위시나 유고시 총리가 집무를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건강이상으로 인한 권력이양에 대해서는 시기와 범위, 판단주체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집권세력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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