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문제 대결 아닌 신뢰로 풀자”/중각료 신사참배 등 일 군국주의 움직임 주변국에 큰 반감/한동해안 공비도발 등 예측불허 북 체제 연착륙 유도 협력을/일센카쿠는 일 영토 등대 철거는 어려워 신뢰 노력 우선돼야아시아태평양시대를 맞아 한중일 3국의 경제·안보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주최로 18·19일 일본 도쿄(동경) 오쿠보호텔에서 열렸다. 한국의 외교안보연구원 김석규 원장 등 13명,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양성서(양첸슈) 소장 등 9명, 일본국제문제연구소의 마쓰나가 노부오(송영신웅) 이사장 겸 소장 등 16명이 참석한 이번 세미나는 3개국 외무부 산하 연구소간의 첫 행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제사회의 현황과 특징」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보」 「아태지역의 경제협력과 번영」을 주제로 진지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졌다. 참가자들은 『주변상황에 대한 상대방의 인식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특히 한중일 3국의 경제 무역 투자등 경제협력에 대한 광범위하면서도 솔직한 의견교환이 인상적이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각국에서 각 3명의 패널리스트가 참가해 4시간여 동안 열띤 토론을 벌인 공개 심포지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발표순).
▲양성서 소장=최근 중국의 군비증강등에 대해 주변국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강대국이 되더라도 패권을 주장하지 않는다고 천명한 바 있다. 중국 앞에는 인구 식량 에너지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것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평화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중국사람들은 역사를 소중히 생각한다. 21세기는 잘못된 역사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대만 이등휘(리덩후이) 총통의 미국방문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약속을 어기고 대만의 독립을 조장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대만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홍콩귀속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은 것 같은데 중국은 홍콩에 대해 1국 2제도를 적용할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관리도 경찰도 파견하지 않는, 홍콩인이 관리하는 「홍콩자치」다.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공동개최는 부럽고도 잘된 일이다. 우리에게도 언젠가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도병울(타오 빙웨이)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고급연구원=한반도에서는 가끔 예상을 초월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4자회의에 대해 중국은 관계국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또한 관계국이 중국의 참가를 원하면 남북관계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남북문제에 대해 그동안 중국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태도를 표명해왔다. 적당한 시기, 적절한 상황이 되면 중국의 태도가 확실히 반영될 것이다. 최근 북한의 붕괴에 대한 예상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북한이 언제 어떻게 붕괴할까 하는 시각보다는 북한이 문제를 잘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긍정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러시아등이 참가하고 있는 두만강개발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내년은 중국과 일본의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다. 양국관계는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여러가지 문제점도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일본군국주의 침략을 부정하는 움직임을 보여 침략을 받은 나라들로부터 반감과 분노를 사고 있다. 일본정부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어도(일본명 센카쿠제도)는 중국의 영토다. 이곳에 일본의 민간단체가 등대를 세운 것에 대해 일본정부는 묵인할 것이 아니라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에 대한 홍콩과 대만의 항의는 애국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중국은 긴 안목으로 중국국민들의 항의를 자제시키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양국발전의 흐름을 부정할 수 없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이것은 국가이익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송이민(숭이민) 〃 고급연구원=현재의 영토분쟁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무력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동북아는 커다란 시장이다. 아직 한중일 3국간에는 상호불신이 남아 있다.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 최근 중국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은 불식되어야 한다. 중국의 국방비는 계속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은 중국을 방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방위비는 많을지 모르나 주변국에 비해 실질적인 방위의 질은 아직도 많이 뒤져 있다.
▲김석규 원장=동북아시아는 다자간협력체제와 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의 상호이해와 각 국간의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한국은 94년 동북아 다자안보대화를 제의하는 등 다자협력체제의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동북아시아에서의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역시 북한문제다. 북한은 지금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한반도가 불안정한 상태이기도 하다. 18일 20여명의 병사를 태운 북한잠수함이 나타났다. 명백한 도발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심각하고 부정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국가주석등 최고 권력이 2년동안 공석으로 남아있는등 낙관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붕괴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보다는 연착륙이 바람직하다는데 관계국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북한의 연착륙은 북한자체의 변화와 외부의 지원으로써만 가능하다. 초점은 남북대화다. 북한의 몰락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제의한 것이 4자회담이다. 이것은 남북당사자의 문제이지만 동북아시아와 관련국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 중국 러시아등의 도움이 필요하다.
▲구영록 서울대 교수=냉전기에도 평화의 구조에는 특징이 있었다. 그것은 게임의 법칙이다. 그러나 지금은 힘에 의한 블록정치가 붕괴됐고 게임의 법칙이 파괴된 상황이다. 새로운 국제환경과 새질서의 확립이 필요하고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정립되어야 한다. 새로운 환경과 질서를 만들기 위한 주요 도구는 협동과 안보의 개념이다. 특히 한중일 3국의 관계는 각 분야의 공통분모를 발견해 거미줄처럼 날줄 씨줄로 엮는 작업이 필요하다. 불행했던 과거도 이러한 「협동망」에 묻어버리자.
▲김충남 외교안보연구원 교수=현재 동북아관계는 경제적으로는 긴밀해지고 있으나 안보면에서는 불안한 상태다. 안보에 대한 각국의 컨센서스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상대국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동북아는 역시 북한문제가 가장 불안한 요인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권이 몰락한후 자유주의 경제로의 전환을 거부했다. 모든 것을 정치 군사중심으로 대처해왔기 때문에 체제위기와 안보위기에까지 봉착해 있다. 하지만 북한이 곧 붕괴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비유를 들자면 북한이라는 나무는 현재 쓰러지고 있지만 중국이라는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다. 주변국들은 북한의 급속한 붕괴를 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북한을 탈출하는 피난민이 늘고있는 상황과 직접 관련국인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이것은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통일비용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한국은 숙명적으로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동북아 각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송영신웅 원장=동북아시아는 세계경제체제의 커다란 한 축이다. 한중일 각국이 힘을 합쳐 전체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별적인 것에 집착해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특정한 개인에 대해 신사참배를 하지말라고 명령할 권리는 없다고 본다. 일한간의 다케시마(한국명 독도)문제라든가 일중간의 센카쿠(첨각)문제는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지만 지금은 보다 중요한 숙제가 많기 때문에 이것들에 집착할 여유가 없다고 본다.
중국은 최근의 일미안보조약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데 걱정할 것이 없다고 본다. 만에 하나 염려할 부분이 있다면 그러한 걱정을 없앨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북한이 동북아에서 자기의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구성원이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일북국교정상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북수교는 남북한간의 관계구축이 전제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와 병행해야 한다. 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데 홍콩의 경제적 번영이 확보되어야 한다.
▲오카베 타츠미(강부달미) 전수대 교수=시간관계상 일중관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현재 일중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종전 50년을 맞았는데 역사에 대한 인식의 간극과 체제의 차가 뚜렷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대중적 차원의 반일감정이 고조됐으며 이와 비례해 일본의 대중국감정도 악화했다. 또한 중국은 국제사회의 반대속에서도 핵실험을 강행했고 대만에 대해서는 훈련을 통한 군사적 행동도 벌였다.
최근 일본과 미국간의 일미안보조약공동선언에 대해서도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며 야스쿠니 신사참배문제, 센카쿠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만 홍콩 등 화교권의 국가가 반일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중 중국이 국민의 항의를 억제하고 있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센카쿠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입장은 일본의 영토이므로 분쟁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분쟁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는 언젠가는 근본적으로 협의하고 교섭을 해야겠지만 지금은 유보하는 것이 좋다. 양국이 협의와 교섭이 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는 센카쿠에 일본단체가 세운 등대를 인가하지 않고, 적어도 일본의 내각총리만은 신사참배를 하지 않는 선에서 양해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법률적으로 일본의 영토에 세운 등대의 철거는 어렵다고 본다.
▲오코노기 마사오(소차목정부) 경응대 교수=남북한의 체제경쟁은 80년대 후반 하나의 전기를 맞았다. 즉 남북한의 경쟁은 이 시기에 끝이 났다. 서울올림픽과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주요 배경이다.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세운 목표는 크게 연방제통일(일반적인 연방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을 통한 남북한관계조율, 나진·선봉의 투자포럼과 같은 경제개방,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다.
핵무기개발에 착수했다는 의심속에서(이는 아마 사실일 것이다) 벌인 미국과의 흥정은 새로운 절차와 보장체계를 구축하려는 북한지도부의 희망이 담겨있다. 북한지도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지도부는 안보문제를 최대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어제의 잠수함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노린 것인가하는 추론은 매우 흥미롭다.
북한지도자들은 4자회담에 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북문제는 당사자간의 대화를 기초로 해야 한다. 북한이 금방 붕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적 붕괴가 체제붕괴로 이어지지 않은 예는 많다. 또한 북한의 지도부와 국민간에는 어떤 형태로든 일체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붕괴, 식량문제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한꺼번에 계속될 때는 빠른시간내 체제붕괴의 가능성도 있다.<도쿄=김철훈 기자>도쿄=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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