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압박 불구 “우발사고” 되풀이 주장/「4자회담」 등 내걸고 대미 유혹 나설수도북한이 무장공비침투사건을 기관고장으로 인한 잠수함 좌초사고라고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앞으로 사태 수습을 위한 북한의 선전전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전례없이 사건 발생 자체를 공식시인한 이상 다시 발을 빼서 침묵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이 미일이나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여론에 떠밀려 나온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 선전전은 우리보다는 미국 등에 대한 물밑 접촉을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인민무력부 대변인 담화를 대내용인 중앙·평양 방송 등에서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당장은 이 문제를 대외관계 차원에서 처리하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의 움직임은 미국의 대북 태도에 따라 결정될 공산이 크다.
북한의 최우선 외교과제가 대미관계 개선이란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이번 사건이 우발적 사고임을 되풀이하며 미국의 대북정책 분위기를 기존의 「햇볕론」쪽으로 재선회시키려 할 것으로 추측된다. 피해당사자가 아닌 미국으로서도 북한이 입맛에 맞는 일정수준의 제스처를 취한다면, 동북아시아의 평화정착 전략을 위해 이번 사건을 일회성으로 넘기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4자회담 설명회, 북·미 미사일·유해송환 협상, 연락사무소 등에 관해 북한이 긍정적 입장을 시사하며 미끼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일의 대북 압박이 계속되더라도 북한은 「믿거나 말거나」이번 사건이 우리측의 과잉대응으로 확대됐다고 역공세를 펴며 북·미군사대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북한은 23일 중앙방송을 통해 『정전체계는 군사분계선상에서의 사소한 군사적 충돌도 통제할 수 없는 유명무실한 존재가 됐다』면서 미국이 자신들의 평화협정 체결 제안에 조속히 호응할 것을 재촉구했다.
그렇지만 북한이 권력내부 사정으로 대응전이 장기화할 개연성도 거론되고 있다. 강경세력이 저지른 사건을 온건세력이 처리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김정일이 과거 김일성 처럼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못해 신속하게 입장정리를 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무력부 대변인 담화가 사건 발생 5일만에 뒤늦게 나온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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