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외국장비 해커 침입 쉽고 국산화 타격… 규제 당연/업계홈뱅킹쇼핑 등 고객재정 보안위해 “수입 불가피”국내 정보의 보호인가, 눈앞에 다가온 전자상거래의 조속한 정착인가. 정보사회의 핵심인 전자상거래용 네트워크 암호화장비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업계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암호화장비는 네트워크에서 흘러다니는 정보가 외부에 누출되지 않도록 암호로 바꾸고 다시 해독하게 해주는 보안장비의 일종. 보안이 생명인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위해서 없어서는 안되는 장비다.
국가안전기획부와 정보통신부 산하의 한국정보보호센터 등 정부기관은 암호화장비의 도입을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기부는 수입업체에 장비의 국내판매를 자제하도록 수시로 협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 장비를 도입하지 말아달라는 공문을 띄우기도 했다. 네트워크 보안장비의 국내수입을 감독하기 위해 4월 설립된 한국정보보호센터는 지난 5월 20여개 국내 보안장비수입업체와 외국업체 국내지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수입장비의 암호화소스와 회로도 제출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대부분의 기업은 이 장비를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 및 PC통신 인터넷업체 등 홈쇼핑, 홈뱅킹을 추진하는 곳들은 시급한 상태. 고객이 개인의 신상 및 재정정보의 완벽한 보안을 신뢰하지 않는 한 전자상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조치 때문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한 금융기관은 보안장비를 수입했으나 안기부의 사용자제 요청으로 놀리고 있는 사례도 있다.
정부와 업계의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정부는 외국산 암호화장비를 도입해 사용할 경우 우리의 산업정보가 외국제작사에 그대로 노출돼 정보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보안장비시장의 보호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기부의 한 관계자는 『수입되는 암호화장비는 「비도」가 낮은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해커들에게 쉽게 침입당해 정보유출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수입업자들이 제품 팔기에만 급급해 암호화장비 국산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통제가 신기술 도입 및 국내보안장비 개선에 결정적 장애가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암호화가 안돼 PC통신과 은행의 홈뱅킹, 공공기관 및 기업의 전송자료 등이 노출된 채 돌아다니고 있는 현실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시스템통합(SI)업체의 관계자는 『통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전자상거래는 물론이고 통합물류시스템(CALS), 전자문서교환(EDI)은 요원한 일』이라며 『결과적으로 외국에 비해 국내정보산업은 계속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논란에 대해 한 네트워크 전문가는 『국내정보 유출방지와 시장보호도 중요하지만 공중망의 정보가 아무 보호장치 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문제』라며 『무조건 규제하기보다 양자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박승룡·최연진 기자>박승룡·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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