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평화교환」 무시… 중동 “암운”/취약한 정권기반 다지기 고육책/당분간 「대아랍 강경」 변화 힘들듯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47)가 25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5월 총선에서 노동당 시몬 페레스 전총리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이스라엘 사상 최초의 직선총리에 오른 네탄야후는 특유의 패기로 「대이스라엘」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는 평가와 독불장군식의 비타협적 자세로 중동평화에 화근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다.
우선은 대외적 파장이다. 그는 6월18일 취임이후 91년 마드리드 중동평화회의를 기점으로 이어져온 중동지역 평화의 물길을 한번에 되돌릴 수도 있는 강수를 연달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팔레스타인 관계에 있어 노동당정권이 맺은 국제규약인 자치협정마저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 아랍권 전체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당초 3월 예정이던 헤브론 철군에 대한 미온적 자세가 하나의 실례다. 네탄야후는 당시 페레스 총리가 회교강경세력의 잇단 테러로 미뤄 놓았던 헤브론 철군 문제와 관련, 팔레스타인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만을 제시하며 사실상 거부입장을 취하고 있다. 더욱이 점령지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 및 팔레스타인 토지 수용 정책은 「땅과 평화」를 맞교환하는 협상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대통령)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그의 이러한 「선안보 후협상」 정책은 골란고원 및 남부 레바논내 「안전지대」에도 적용돼 당사자인 시리아, 레바논과 일촉즉발의 대치국면을 빚고 있다.
중동정세 분석가들은 네탄야후가 이처럼 강경 일변도의 자세를 보이는데는 그가 안고 있는 정치적 기반의 취약성도 한 이유인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당의 좌파연정에 대항, 리쿠드당을 중심으로 이뤄진 그의 연립정권은 군소 극우정당들을 망라한 8개 정파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각정파간 이해다툼으로 그의 「작은 정부」공약과는 반대로 각료수가 오히려 늘어나는 등 출범 당시부터 삐걱거려왔다. 이처럼 허약한 연정을 묶는 유일한 끈이 「대이스라엘」 건설이라는 이념적 유대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네탄야후가 권력 기반을 완전히 다질 때까지는 연정 붕괴를 자초할 정책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윤석민 기자>윤석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